[여성칼럼] ‘플라스틱 지구’를 살아가는 당신이 기억해야할 것
[여성칼럼] ‘플라스틱 지구’를 살아가는 당신이 기억해야할 것
  • 경남일보
  • 승인 2018.07.2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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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정 (경상남도기후변화교육센터 기후강사)
 
오해정 (기후강사)

“플라스틱은 현대의 물질에서 라스푸틴과 같은 존재입니다. 당신은 그것을 쪼개고, 자르고, 갈기갈기 찢고, 불사르고, 파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죽지 않습니다!”

-스티븐 페니셀 (화학자)
 


썩지도 죽지도 않는 이 시대의 ‘십장생’ 플라스틱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여유롭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편리하다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쓰고 있는 플라스틱 제품이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일부 재활용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소각·매립되거나 바다에 투기된다. 매년 세계적으로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480만∼1270만t에 이른다고 한다.

바다에 있는 플라스틱은 햇볕과 파도, 염분의 영향을 받아 부서지기 쉬운 상태로 변해 잘게 쪼개지는데, 이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를 둥둥 떠다니면서 온갖 오염물질을 잔뜩 머금은 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잘게 쪼개져 플락스틱을 먹이로 착각한 물고기들의 뱃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먹이사슬 최상층부에 위치한 인간이 해양생물을 섭취하면서 미세 플라스틱은 인간의 체내에 고스란히 축적되고 있다.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은 바다에 있는 플라스틱의 15~31%는 미세 플라스틱이며 이 중 35% 정도가 가정에서 합성섬유를 세탁하면서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해양학자 아비가일 배로우스는 “세탁을 할 때 플라스틱 미세섬유가 떨어져 나오는데, 재킷 하나에서 25만여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세플라스틱의 증가가 우려를 자아내는 이유는 실생활과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미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에비앙, 산펠레그리노, 네슬레퓨어라이프, 아쿠아피나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수는 물론, 전체 조사 대상 생수 250개 가운데 93%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은 생수, 음료수 등의 포장용기인 페트(PET)병에서 80% 이상 생겨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산업용 청소용품이나 합성섬유, 타이어 등 전방위에서 활용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마이크로비즈(Microbeads)는 각질 제거와 세정 효과가 높아 얼굴 세정제, 샤워젤, 치약 등에 사용된다. 그동안 생활 편의를 위해 사용된 뒤 무차별적으로 버려진 플라스틱이 결국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내가 버린 플라스틱이 결국 나를 공격하는 ‘플라스틱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플라스틱의 공격에 대한 해결법은 결국,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거나, 생산 혹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또한 사용했다면 재활용률을 높이는 노력밖에 없다.

매년 1조개의 봉지가 생산되지만 평균 12분만 사용된 후 버려지고, 소비된 의류 10벌 중 1~2벌이 한 번 입거나 전혀 입지 않은 채 버려지는 상황에서 당신의 삶을 돌아보고 기억해야 한다.

오늘도 우리는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입고, 먹고, 마신다. 그 플라스틱은 당신의 편리한 생활만큼 당신의 삶 어딘가에서 혹독한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이것이 당신이 플라스틱을 사용하면서 기억해야할 불편한 진실이다.

오해정 (경상남도기후변화교육센터 기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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