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정원을 가꾸듯 시민 의식을 가꾸는 나라
[경일시론]정원을 가꾸듯 시민 의식을 가꾸는 나라
  • 경남일보
  • 승인 2018.07.2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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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오(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 교장)
싱가포르는 국가 별칭이 많다. 공항에서 처음 도시로 이동할 때 누구나 도로 양쪽 가로수와 꽃들이 잘 가꿔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생긴 별칭이 ‘정원 속 도시’다. 싱가포르에서 오래 산 한국동포들은 ‘인공낙원’이라고도 한다. 두 가지 별칭 모두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 열대의 고온다우지역 열대우림과 저수지 물을 보호하면서 자연과 도시를 조화롭게 잘 만들어 사람들에게 편안한 도시 생태 환경을 조성하였다. 특히 도심 속 공원은 주거지와 가까워서 저녁 식사 후 산책을 하거나 가벼운 달리기를 하기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이용하는 시민들 역시 자기가 사용했던 자리는 깔끔하게 정리한다. 하지만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 가끔씩은 법규를 위반하는 사람이 있다. 예컨대 공원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면 우리나라 돈으로 약 87만원의 벌금이 있다. 드물게 먹이를 주다 경찰에 적발되는 사람들은 순순히 법적 조치에 따른다. 너무 과도한 법이라 생각도 되지만 공권력의 법 집행은 예외가 없다. 해마다 더운 여름철 우리나라 한강공원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음주, 취식, 쓰레기 투기 문제는 이곳 싱가포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싱가포르의 모든 공립학교는 오전 7시30분 전교생이 매일 강당 조회를 한다. 조회는 국가를 합창하며 시작한다. 얼마 전 프랑스 대통령이 모든 초등학생들이 프랑스 국가를 외워 부르도록 학교 지침을 보낸 것처럼 싱가포르는 오래전부터 국가를 부르며 학교 일과를 시작했다. 아마도 그 취지는 개인주의로 치닫고 있는 프랑스 국민들을 어려서부터 조국에 대한 자부심과 애국심, 그리고 국민의 결속과 용기를 고취시키기 위한 의도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 통합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은 다문화 국가인 싱가포르는 어느 나라보다 절실한 문제이다. 우리학교와 현지 학교간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여러번 놀라운 장면을 보았다. 학교장이나 교사가 무대에서 이야기를 할 때 1500여명 초등학생 누구도 흐트러진 모습 없이 경청하는 자세를 보고 싱가포르의 성숙한 공동체의식은 이렇게 학교교육에서 시작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에 단체 견학 나온 학생들에게도 비슷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중학생 도슨트 지도자가 유물에 대해 설명을 하면 10명 내외 초등 4, 5학년 그룹 학생들은 조용하게 중학생 선배의 설명에 경청하고 토론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다른 사람의 주장을 끝까지 경청하고 자기가 말하고 싶을 때는 손을 들어서 의사표시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과 국회에서 정부관료와 국회의원들이 상대편 의견을 존중하며 토론하는 뉴스 보도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얼마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일본 응원단은 벨기에 역전패당한 날 눈물을 흘리면서 페트병과 쓰레기를 주워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2002년 월드컵 때 서울시청 앞에 40만명이 모여 응원 후에 쓰레기를 집으로 가져가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였다. 그러나 4년 후 월드컵 토고전 때는 광장에 먹다 버린 생수병과 맥주 캔 쓰레기가 가득했다. 얼마 전 한국 신문에 한강공원 쓰레기 투척과 무질서는 여전하다는 보도를 보면서 문득 도덕성과 시민의식은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학교는 물론 국가가 정원을 가꾸듯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원 속 도시’ 국가 싱가포르의 아름다운 가로수 길을 만드는데 한국 기업도 기여한 바 크다. 우리는 그동안 함께 마음만 먹으면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던 사례가 많았고 충분한 잠재력을 가졌다. 지금 우리는 지속 가능한 세계적인 성숙한 시민 의식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종전과 다른 차원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김승오(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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