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유등 불 밝히는 날까지 땀범벅 열정
지난 25일, 정오가 다가오기도 전 30도를 훌쩍 넘긴 날씨. 진주 천수교 아래 진주문화예술재단 등 제작부 조형팀장 백성기(55) 씨는 이날도 가슴과 등이 흠뻑 젖은 채다. 그의 머리 위로는 강렬한 햇살이 쏟아지고, 발 밑으로는 용접 불꽃이 튀었다.
“늘 이렇습니다. 요즘은 워낙 더워서 팀원들과 번갈아가며 근무하고 있어요”
수상에 띄운 유등을 손보는 잠깐 동안의 더위가 백 씨의 옷을 적셨다. 물을 둘러쓴 듯 했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오전 8시부터 아홉시간 가량 유등 작업 중인 그에겐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다. 매일 오전 한 번, 점심쯤 두 번, 퇴근 전 한 번까지 총 네 번은 속옷까지 땀범벅이 된다고 했다.
백 씨는 “땀이 비오듯 쏟아지니 탈진을 막고자 간이 사무실에는 소금이 종류대로 준비 돼 있다. 매일 물 6~7ℓ는 마신다”고 했다.
막 강에서 돌아온 백 씨는 다시 유등 철제 틀을 가져와 용접 기구를 켰다. 작은 동물 모형의 틀 이음새를 꼼꼼히 확인하던 그가 한참 만에 보호 기구를 벗었다.
백 씨는 남강 유등의 제작부터 철거까지 도맡고 있다. 시민들은 여름이 다가올 무렵, 축제 방문객들은 10월 초순 마주하는 유등이지만 그는 4월부터 매일 유등을 매만져 왔다. 경력 11년 차, 유등은 3700여 개에 불이 들어오는 때 만큼 뿌듯한 순간이 없다.
축제가 시작돼도 그의 작업은 계속된다. 매일 오후 7시부터 유등 이음새에 흠이 간 곳은 없는지, 한 곳이라도 전구가 꺼지진 않았는지 모니터링한다.
백 씨는 “해가 지면 체크해뒀다가 다음날 오전이면 보수한다. 그날까지 우리가 보이진 않겠지만, 보이는 곳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겠다”며 웃었다.
김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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