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석루 단상
촉석루 단상
  • 경남일보
  • 승인 2018.07.3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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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주(마산문화원장, (사)고운최치원기념사업회장)
임영주

진주에서 가볼만한 명소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진주성 촉석루다. 남강 절벽 위에 우뚝 선 촉석루의 장엄한 모습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광복 후 국보였으나 한국전쟁으로 불탄 누각을 복원해 경남도문화재자료 제8호로 재지정 받았다.

촉석루는 고려 고종 28년(1241)에 목사 김지대가 창건한 후, 여러 차례 중수했으며 지금의 건물은 1960년에 복원한 것이다. 이 누각은 진주성의 남장대, 장원루라고 하며 전시에는 지휘본부로, 평시에는 고시장 혹은 선비들이 풍류장소로 쓰였다.

촉석루의 유서 깊은 역사성은 논개와 함께 이해해야 의미가 있다. 임진년(1592) 10월에 벌어진 진주성 전투는 김시민 장군과 3800여 명의 군사가 왜군 3만 여명을 섬멸한 전과로 임진왜란의 3대첩으로 기록하고 있다. 복수심에 독이 오른 왜군은 호남 곡창의 길목인 진주성을 함락시키기 위하여 신식무기와 10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이듬해 6월에 다시 침공했다. 승전의 기쁨도 잠시 진주성에서는 민관군 6만 여명으로 대응했으나 8일 만에 함락 되고 말았다. 최경회 장군을 비롯한 많은 장수들이 울분을 토하면서 투신한 남강은 왜군들의 살육으로 붉게 물들었다고 한다.

암울했던 시기에 왜군들의 승전행사에 참석한 논개는 왜장을 끌어 앉고 의암에서 남강으로 투신했으나 275년 만에 한 떨기 의로운 꽃으로 다시 태어났다. 1868년 진주목사 정현석에 의해 순국한 논개를 기리는 제향행사가 시작돼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올해 논개를 추모하는 제향인 ‘의암별제’가 세계축제협회 한국지부에서 대표프로그램상을 수상하게 됐다. 오는 10월 미국에서 개최되는 세계축제협회 피너컬어워드에 한국대표로 ‘의암별제’가 출전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모처럼 들르게 된 진주성을 거닐면서 50여 년 전 학창시절을 회상해 보았다. 라이온스카우트 대원으로 주말 새벽이면 촉석루 돌기둥 서른 개를 돌아서 의암까지 청소 봉사하던 추억이 눈앞에 아른 거린다. 누각에 올라 두리기둥에 기대어 ‘영남제일형성’의 글귀를 보노라면 정을보, 김성일, 정문부, 한몽삼, 강대수, 하진 선생 등의 시들이 현판 위에서 고개를 내민다. 탁 트인 누각의 시원함에 금시 무더위는 사라진다. 예나 지금이나 의암 옆으로 유유히 흐르는 남강을 바라보면서 변영로 선생 시, ‘논개’의 한 구절을 읊조려 본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보다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임영주(마산문화원장, (사)고운최치원기념사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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