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생식력보존
[객원칼럼]생식력보존
  • 경남일보
  • 승인 2018.07.2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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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 (경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항암약물 치료를 받으면 폐경이 된다는데, 방법이 없나요? ”

외래에 엄마와 함께 대학교 입학을 앞둔 여성이 왔다. 혈액암이 진단되어 치료를 위해 항암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항암약물치료를 받으면 폐경이 된다는 내과 주치의 말을 듣고 참담해 하고 있다가 저자에게 의뢰된 경우이다. 너무나 힘들었을 것이다. 꿈에 그리던 대학생활을 앞두고 혈액암 진단을 받은 것도 힘들 터인데 항암약물치료를 받으면 폐경이 될 수 있다하니 말이다. 폐경이 되면 애기를 가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난소에서 나오는 여성호르몬이 없어지기 때문에 여성호르몬 치료를 평생 해야 한다. 다행히 저자가 근무하는 병원은 ‘암환자 생식력 보존’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상담을 하였고 적절한 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최근 암에 대한 진단기법의 발전과 향상된 치료방법으로 암환자들의 생존율이 향상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암 환자들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다. 암치료에 사용되는 항암약물치료와 방사선치료는 가임기 젊은 여성의 난소 기능을 파괴하여 향후 임신 가능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한다. 특히 유방암 등에서 사용되어지는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cyclophosphamide) 등이 투여된 환자에서 난소손상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골반부위의 방사선치료 역시 난소손상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암치료 전 가임력을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이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다방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생식력보존을 위한 적응증으로는 유방암, 혈액암 (임파선암, 백혈병), 여성암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난소암), 소아에서 발생한 암, 골수이식이 필요한 혈액질환, 골반 방사선치료가 필요한 여러 질환과 터너 증후군가 같은 조기 난소 부전을 초래할 수 있는 질환 등이 있다.

생식력보존을 위한 방법을 알아보자. 먼저 수정란 동결을 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임신성공률이 가장 높지만 수정란을 만들기 위해서는 배우자가 있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다음으로는 난자 동결이다.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 과배란 유도를 통해 난자를 채취 한 후 동결시키는 방법이다. 현재까지는 수정란 동결에 비해 난자동결의 임신성공률은 낮은 편이다. 위의 두 가지 방법 모두 여성의 생리주기에 따라 과배란 유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하고, 한 생리 주기에 얻을 수 있은 수정란과 난자는 기껏해야 10개 안팎이기 때문에 제한점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난소조직 동결 방법이다. 항암치료를 연기할 수 없거나 난자 채취를 원치 않는 경우 또는 사춘기 이전의 여성으로 난자 채취를 할 수 없는 경우에 난소조직을 획득한 후 동결하게 된다. 난소조직은 복강경수술로 얻을 수 있으며 향후 임신을 원할 시에는 자가이식 수술을 하게 된다. 현재까지 난소조직 동결 및 자가 이식을 통해 출산을 한 경우는 전 세계에서 100명 정도라고 하니 아직 널리 사용되는 치료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위에 기술된 방법 외에도 암의 종류와 치료방법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생식력 보존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여성 암환자의 경우 생식샘자극호르몬 길항제의 투여, 방사선 치료 시 골반을 가려주는 방법, 방사선 치료가 필요한 진행된 자궁경부암의 경우 난소 전이술, 초기 자궁경부암의 경우 근치적 자궁경부 절제술, 부인암의 경우 여러 보존적 수술방법 등이 효과적인 생식력 보존 치료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또한 지속적인 보조생식술의 발전과 세포나 조직의 동결 및 해동 기술의 발전으로 임신 성공률은 계속해서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식력 보존을 전공한 전문의를 가능한 조기 방문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수정란이나 난자 동결을 위해서는 약 2주간의 과배란 유도 과정이 필요하며 이는 생리 시작일에 맞추어 시행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술 및 항암치료를 연기하지 않고 적절한 생식력 보존의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암 진단과 동시에 생식력보존을 위한 상담이 이루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원준 (경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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