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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포럼]더위는 숲과 산에서 물리치자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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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2  20: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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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찜통더위로 숨 쉬기 조차 힘들다. 땡볕이 내리쬐는 곳으로 나가면 피부를 꼬집는 햇살에 신경질이 난다. 그 뿐인가. 도시의 콘크리트, 아스팔트에 반사되는 햇살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고, 밖에서 움직인다는 것은 기분 좋지 않은 땀으로 그새 힘이 빠져버린다. 밤이 되어도 기온은 떨어지지 않아 숙면을 취할 수 없고, 에어컨에 의지하는 몸이 되어 버린다. 그러다보니 아침이 되어도 활력이 솟지 않고 오늘도 더위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되니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이럴 때 더위를 이기는 좋은 방법이 있다. 시간이 된다면 가까운 산으로 가자는 것이다. 가까운 숲이 우거진 산에 가서 천천히 걸어보라는 것이다. 산의 정상을 오르라는 것이 아니다. 산자락 숲이 우거진 곳을 산책하듯 걸으며 심신을 안정시키고 할 수 있다면 조금만 오르며 목덜미에 흐르는 뜨거운 땀을 흘려보라는 것이다. 이때 흘리는 땀은 콘크리트, 아스팔트를 걷는 땀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기분 좋은 땀이 된다. 계곡이라도 있다면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사색에 젖어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적어도 숲에 들어서면 더위는 한풀 꺾이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걷는다고 해도 쉬엄쉬엄 갈 수 있는 곳, 산책 정도로 걷는 것이 좋다. 햇볕이 내리쬐는 개활 된 곳보다 나무들이 우거진 숲은 온도가 훨씬 낮기에 더위란 느낌도 줄어들 것이다. 분명 에어컨 바람에 지친 몸에 활력을 줄 것이다. 어른들이 말한 “덥다. 덥다.”하면 더 덥다는 말을 숲과 산에서 산책하며 떨쳐내는 것이 이 더위를 이겨내는 지혜다.

그렇다면 왜 산 또는 숲에 가는 것이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될까. 무엇보다 산은 고요하다. 그래서 산에 들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아무리 시끄러운 세상에 젖어 있었어도 산에 들면 고요해진다. 침잠의 시간으로 빠져든다. 아무런 이야기도 필요 없어진다. 말을 하지 않아도 재미가 있고, 말을 하지 않아도 답답하지가 않다. 나를 부르는 소리도 없고,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하지도 않는다. 경적 소리도 없고, 다툼 소리도 없다. 온통 고요함만 있다. 산과 나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듯 나는 금세 산의 세계에 빠져든다. 옛 사람은 영혼이 고독하거든 산으로 가라고 했다. 산의 품속에 안겨 깊은 영감을 얻어 새 생명으로 태어나라고 했다.

산에는 사랑이 있다. 예로부터 아름다운 산, 숲은 자연스레 선남선녀들의 사랑의 터가 되어 왔다. 그곳에서는 자연스레 사랑이 이루어졌고, 그들의 사랑을 훔쳐보는 사람도 없었고, 누구도 그들의 사랑을 뭐라 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그들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둘만의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아름다운 산, 숲은 그들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 주어 그들만의 사랑을 싹틀 수 있게 해 주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풍성한 숲에 들면 마음이 열리고 사랑의 마음이 움실움실 움트게 된다. 그것이 자연의 사랑이요, 사람의 사랑이요, 만물의 사랑이다. 풍요로운 산, 아름다운 숲에 들어 모진 세파에 찌들고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하고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얻고 길러야 한다. 사랑이 자연의 산, 숲에 있기 때문이다.

산에는 온통 살아 숨 쉬는 것들로 활기차다. 새들이 즐겁게 날갯짓하고 야생동물들이 시원스레 뛰논다. 나무들은 신선한 잎을 틔우고 숲에는 사시사철 맑은 공기가 흐른다. 꽃향기를 품고 흩날리는 바람을 안으면 꽃들의 다정스런 얘기가 알알이 가슴을 파고든다. 골짝물이 신나게 바위 위를 구르면 바위는 묵직하니 앉아 그 물이 조잘대는 소리를 재미나게 듣는다. 숲에 들어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이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저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금세 알 수 있다. 그렇게 주변의 자연의 소리에 마음을 쓰다보면 더위는 어느새 잊히고 기분 좋은 몸 상태가 된다. 뜨거운 땀을 흘리고 가벼운 몸이 되어 돌아와 몸을 씻으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열대야라도 더위가 잠을 방해하지도 않는다. 건강은 그렇게 소리 없이 찾아온다. 그것이 숲과 산의 효과고, 지혜로운 더위이기기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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