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와 방향
속도와 방향
  • 경남일보
  • 승인 2018.08.0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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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전찬열

흔히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이야기한다. 진주에서 서울을 가는데 방향을 바로 잡지 못하고 남쪽으로 아무리 열심히 간다고 하더라도 남해 바다에 도달하고 만다. 우리 속담에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어 못 쓴다’는 말이 있다.

모든 일에는 거쳐야 할 과정이 있고 빨리 하고자 욕심을 내다가는 오히려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너무 서두르면 도리어 일이 진척되지 않는 것이 ‘욕속부달(欲速不達)’이고, 너무 좋게 만들려다가 도리어 그대로 둔 것만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 ‘욕교반졸(欲巧反拙)’이다. 논어 자로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공자의 제자 자하가 거보라는 고을의 장관이 되자, 공자를 찾아와 정치하는 방법을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빨리하거나 작은 이익을 보지 마라. 그러면 일이 안되고 큰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 했다. 공자는 자하가 빠른 효과와 작은 이익에 집착하는 성격이어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탈무드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지나는 마차를 얻어탔다. 그는 마부에게 “예루살렘까지 여기서 얼마나 먼가요?” “30분 정도 걸리지요” 30분이 지났때 나그네는 다왔느냐고 물었다. 마부는 “여기서 1시간 거리입니다”라고 했다. 나그네는 “아니 30분이 지났잖아요”라고 재차 물었다. 마부는 말했다. “이 마차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마차요”

속도냐 방향이냐에 대해 어느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방향도 옳고 속도도 빠르다면 최고일 것이고, 다만 속도는 빠른데 방향이 틀린 것보다 방향은 올바른데 속도가 다소 느린 것이 낫다는 의미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빨리빨리’문화를 지적한다. 하루빨리 보릿고개를 벗어나서 밥을 먹고 살기 위해 고도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생긴 문화라고 보지만 이제 균형을 잡고 차근차근 나아가기 위해서는 방향을 바로 잡고 속도를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방향이 틀렸는데도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만용에 가깝다.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도착하기 위하여 수시로 궤도를 수정해서 목표에 도달했듯이 국가도 개인도 늘 방향을 점검하며 혹시 정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는지 점검해야 한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한걸음 물러나서 생각하는 여유가 있어야 하며, 인생이든 국가경영이든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라고 본다면 페이스 조절과 전략적 수정이 필요하다.

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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