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남명사상·개척정신으로 재정립될 기업가정신을 기대하며
[아침논단]남명사상·개척정신으로 재정립될 기업가정신을 기대하며
  • 경남일보
  • 승인 2018.08.0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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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한국경영학회가 진주(晋州)를 대한민국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수도(首都)로 선포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적 기업인을 가장 많이 배출한 지역이 진주이기 때문이다. 7월 10일 경상대학교에서 열린 기업가정신 수도 선포식에는 많은 학계·정계·경제계 관계자들과 진주시민·언론인 들이 참석하여 기업가정신 수도 선포 의미를 되새겼다.

한국경영학회에 따르면 진주시는 남부지방의 중심지이자 천년이 넘는 유서 깊은 도시로서 예로부터 수많은 인물을 배출한 명문 도시이다. 근대에 와서는 삼성, LG, GS, 효성 등 우리나라 최고 기업그룹의 창업주를 배출한 곳이다. 또한 진주 지수초등학교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 LG/GS그룹 구인회, 구자경, 허준구, 허신구 회장, 효성그룹 조홍제 회장 등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인을 가장 많이 배출한 명문학교이다. 이 외에도 진주는 넥센그룹 강병중 회장, 대교그룹 강영중 회장, SK 손길승 회장 등 300여 명의 글로벌 기업인들을 배출한 도시로서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진주시와 한국경영학회, 경상대학교는 앞으로 기업인들의 업적 정리, 대한민국 기업가 역사관 건립,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하여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미래지향적이고 선량한 기업가정신을 가진 기업인들이 우리 역사에 길이 남고,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진주에서 글로벌 기업인들이 많이 배출된 배경은 무엇일까. 진주에서 출생하거나 학교를 다닌 평범했던 사람들이 LG, 삼성, 효성 등 굴지의 대기업을 창업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각 기업마다 창업주 가문의 역사가 있을 것이고 그 역사에는 그 가문을 유지·발전시켜 온 선조들의 삶의 철학과 역사관·인생관이 투영되어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선조들의 삶의 철학이 후세에 와서 기업가정신으로 발현된 것이다. 앞으로 학계에서 깊이 조사·연구하겠지만 그들 가문에는 일반인들이 모르는 가훈·가풍·유훈이 전해져 내려오면서 알게 모르게 후손들의 삶과 정신을 바른 길로 인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진주에서만 가능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다른 지역에서도 훌륭한 기업가들이 탄생했으며 그들 또한 가문의 전통과 내력을 밑거름으로 삼아 오늘날의 영광을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주만이 가진 남다른 배경은 무엇일까. 남명 조식 선생의 ‘경의사상’, ‘선비정신’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기업가정신 수도 선포식을 보도한 한 언론은 “이론보다 실천을 중시한 남명 조식 선생의 정신에 기반을 둔 진주의 기업가정신은 ‘작은 이윤에 연연하지 않고 사람을 중심으로 의로운 이익을 추구하고 사회적 책임을 수행한다’는 뜻을 지향한다.”고 보도했다. 진주 지역은 남명 조식 선생의 사상이 정신적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지역 창업자들의 선대는 대부분 남명 선생 후학으로서 유학자들이다. ‘사람을 중시(敬)하고 의로운 뜻을 품었으면 반드시 실천한다(義)’는 실용주의적 사상이 삼성의 인재제일·실용주의, LG의 인화정신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겠다.

평소 남명 조식 선생의 학문과 사상을 깊이 연구, 계승하고 있는 경상대학교는 앞으로 진주시, 한국경영학회와 더불어 진주 지역이 배출한 훌륭한 기업인들의 기업가정신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다. 또한 경상대학교는 단순한 창업기초교육이나 창업실무교육의 차원을 넘어 학생들이 진정으로 훌륭한 기업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기업가정신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도전과 창조로 대변되는 경상대학교의 교훈 ‘개척정신’을 ‘남명사상’과 접목하여 모든 국민이 인정하고 배우고 싶은 기업가정신을 재정립해 나가는 데 적극 참여할 것이다. 처음 세웠던 훌륭한 기업가정신이 후손으로 갈수록 느슨해지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단단히 동여매는 역할을 자임하겠다는 것이다.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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