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진주와 가나자와는 어떻게 다른가
[특별기고] 진주와 가나자와는 어떻게 다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8.08.0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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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복 (진주교대 교수)
나의 개인적인 여름휴가는 숨이 막히는 폭염 속에서의 5박 6일이었다. 나는 몇 개월 전에 예약한 대로 일본의 가나자와에 다녀왔다. 이 도시는 내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지역인 진주와 잘 비교될 수 있는 곳이다. 진주와 가나자와는 비슷하지만 너무 달랐다. 비슷한 점을 들자면 두 도시는 전통 도시의 이미지가 강하다. 한 쪽은 옛 성이 남아 있고, 다른 한 쪽은 전통 가옥이 잘 보존해 있다. 예술과 문화가 넘쳐나는 곳. 한때는 예기(藝妓)의 고장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두 도시는 과거의 잔영만이 남아 있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통적인 것만 묵수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도 추구하는 도시다. 진주는 천년 고도(古都)이면서 혁신 도시이고, 가나자와는 전통 도시이면서 유네스코가 지정한 창조도시이기도 하다.

진주와 가나자와는, 어떻게 서로 다른가? 결정적인 차이는 보존의 의지에 있다. 진주의 전통 문화 보존 의지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무형 문화재는 그렇다고 치자. 가옥이나 건축물은 조선 시대의 것은 고사하고 일제강점기의 것도 별로 없다. 진주가 예기의 고장이라고 하지만 교방과 권번, 요정이나 주점이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 가나자와는 게이샤들이 가무를 행하던 옛 찻집 거리가 세 군데나 보존되어 있다. 가나자와의 이층집 ‘시마(志摩)’는 국가문화재 건축물로 지정된, 200년 역사의 그윽한 찻집이다. 성 아랫마을의 사무라이 거주지와 옛 민가를 모아놓은 소위 ‘에도무라’ 도 인상적이었다. 가나자와 시가 1960년대 말부터 끊임없이 조례를 만들어가면서 전통의 보존에 신경을 곤두세워 왔음을 잘 알 수 있다. 가나자와는 과거뿐만이 아니라 현재에도 복무한다. 지금의 가나자와에는 공예의 직인(장인)을 육성하는 학교인 우타츠야마 공방이 있고, 시민들이 예술 활동을 연습하는 공간인 시민예술촌도 운영하고 있다. 가나자와는 또 미래로 열려 있다. 수많은 관광객들은 21세기 미술관을 보러 온다. 이 미술관에는 그림이든 설치물이든 첨단의 전위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진주는 가나자와를 통해 성찰해야 한다. 진주는 춤의 고장이다. 예로부터 ‘남원 소리에 진주 춤’이라는 말이 있었다. 여섯 가지의 진주 춤이 지금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서예와 그림도 유명해 예향이라고도 했다. 말로 만 예향이지 단기 과정의 시립 전통무용학교도 없고, 서화를 즐기려는 시민들의 연습 공간도 제공하지 않는다. 앞으로 구도심 공동화 지대를 개발해 진주 춤 상설공연장과 (시민들의 기증품으로 전시될) 향토미술관이 설립돼야 한다. 또, 가나자와의 21세기 미술관처럼 미래를 위한 혁신의 볼거리도 구상해야 한다. 일주일 정도의 단기 연수를 위해, 시청 공무원들을 가나자와에 단계적으로 보내는 것은 어떨까? 새로 선출된 시장님께 건의하고 싶다.
 
송희복 (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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