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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칼럼] 지렁이의 삶, 4학년의 삶성유진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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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8  17: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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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길바닥은 ‘죽음’으로 빼곡하게 덮여있다. 옮기는 걸음마다 죽은 지렁이가 자리를 차지해 발을 헛딛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사를 보니 어떤 청소부는 하루에 만 마리 이상을 치우기도 했다며 심각성을 말했다. 이유를 알 수 없어 검색해 봐도 속 시원한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친구의 ‘땅 안이 너무 뜨거워서 밖에 나왔다가 죽은 게 아닐까?’라는 증거 없는 말이 더 신빙성이 간다. 그래서 지렁이들은 이렇게 참사를 당한 걸까. 형태도 다양하다. 이미 바싹 말라버려 흰 가루가 된 지렁이, 아직 제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미동이 없는 지렁이 등 썩 유쾌한 장면은 아니다. 지렁이를 내려다보며 한참 생각에 잠긴다. 곧 사회에 내버려질 나의 모습이 연상된다.

뜨거운 땅 안인 대학에서 나는 마지막 학기가 남았다. 시험 기간에는 밤새우는 일이 허다했고, 피아노 전공인터라 연습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 지쳤던 건 학보사 일이었다. 기자실에서 갖가지 일로 눈물을 닦은 휴지는 산을 이뤘고, 기사 작성부터 편집까지 신경 써야 하는 작업이 너무나 많았다. 뿐만 아니라 사회초년생인 나에게 ‘인간관계’는 특히 힘든 문제였다. 학생기자 생활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이해하고 싶지 않는 사람들을 마주쳐야만 했다. 계속해서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사람을 설득하고, 때로는 큰 소리까지 내며 싸워보기도 했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개인의 이득 앞에서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자신의 껍데기를 벗어냈다. 어쨌든 나의 첫 번째 사회생활은 아주 매웠고 뜨거웠다. 하지만 어른들은 ‘대학을 나가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조언한다. 햇빛이 내리쬐는 땅 밖을 말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나는 땅을 벗어나야하고, 밖에는 강렬한 태양이 날 말려 죽이려고 대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지렁이가 될까. 이미 자동차에 밟혀 죽어버린 친구 지렁이를 보며 몸만 흔들고 있을 뿐, 선뜻 나갈 자신이 없다. 땅 안에서 열심히 수련한 덕에 조금은 단단해졌지만 아직 세상이 무섭다. 하지만 지금 땅 안은 너무나 뜨겁다. 이곳을 나가서 다른 살 길을 찾아야만 한다. 다른 지렁이들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이제는 나갈 준비를 해야겠다.

 
성유진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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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보사 기자
너무 슬프네요. 국장님의 글을 읽으며 울컥한 날이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이번 글은 더욱 가슴 아픕니다. 곧 제게 다가올 일이라서 그런걸까요? 국장님의 칼럼은 월영지를 비롯해서 울컥하는 글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언제나 응원합니다. 국장님의 앞길이 창창하길 후배가 응원하겠습니다!!
(2018-08-09 1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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