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교사의 방학과 교사의 위상
[아침논단] 교사의 방학과 교사의 위상
  • 경남일보
  • 승인 2018.08.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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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교수)
각급 학교의 여름방학이 한창인 요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교사의 방학폐지 청원’과 관련한 논란을 보면서 과연 ‘교사의 방학’이 참을 수 없는 분노의 대상이 될 만큼 일반 직장인들에 비하여 큰 특혜이고 적폐인지 생각해본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육 공무원 41조 연수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부터이다. 교육공무원법 제41조는 ‘교원은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소속 기관장의 승인을 받아 연수기관이나 근무 장소 이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인데, 학생들과는 달리 교사들의 방학기간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바로 이 규정을 원용해서 교사들의 방학을 인정해 온 것이다. 이 규정의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은 교사들이 방학을 연수가 아닌 집청소나 국내외 가족여행, 미용실 이용 등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 활용하고 있는데, 이런 일을 하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것은 도둑질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결국은 방학기간 중에 일하지 않고 해외여행을 다니면서도 월급을 받는 것은 불로소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들도 방학기간 중에 학교에 출근해서 다른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근무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교사들도 ‘차라리 방학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사들의 업무는 단순히 ‘수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방학기간이라 하더라도 방과 후 수업이나 진학지도, 보충수업 등으로 학교에 출근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또한 학기 중에는 일반 직장인들과는 달리 연차휴가를 쓰지 못하는 상황이며,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에는 점심시간도 마음껏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사들은 수업 준비를 위한 연수도 받아야 하고, 그 외에도 매년 60시간 이상 교육청 ‘직무연수’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물론 권고사항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연수실적이 교사에 대한 평가와 성과급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업과 다른 업무로 바쁜 학기 중 보다는 방학기간을 이용해서 연수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교사의 방학에 무노동 무임금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방학기간 중에 교사에게 지급되는 월급이 방학기간에 일한 것에 대한 보수가 아니라 1년의 연봉을 12개월로 나누어 지급하는 것이라면 불로소득도 아니고 적폐도 아니다. 방학기간 중에도 교사를 출근하게 하거나 무노동 무임금의 잣대를 적용한다고 해서 그 효과가 우리사회에 반드시 긍정적으로 되돌아 올 수 있을 것인가를 반문해 본다.

교사의 위상이 과거에 비하여 많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교사라는 직업은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좋은 직업에 속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우수한 학생들이 높은 경쟁률의 교육대학에 진학하고 사범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다. 교사가 좋은 직업이라는 평가에는 ‘방학’이라는 요소도 분명히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학기 중에는 연차휴가를 쓰는 것이 쉽지 않아서 집안의 대소사에도 적극 참여하지 못하고, 집수리나 가족여행, 해외여행 등을 모두 방학으로 미루고 생활하는 교사들의 입장을 헤아려 줄 수는 없는 것인가? 연수보고서를 제출하고 개인적인 일을 하거나 해외여행을 하는 경우에는 감사의 대상이 될 것이므로 이를 철저히 운영하면 될 것이다.

교사들의 위상은 교사들 스스로 세워나갈 부분도 있다. 방학기간 중의 연수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고 그동안 추락한 교권회복을 위한 노력도 하여야 한다. 우리사회도 이제는 모두가 똑 같아야 된다는 인식을 버리고 다름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교사라는 직업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당당할 수 있도록 먼저 우리사회의 신뢰를 보여주어야 한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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