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지역 고교 관할권, 지역 교육청에 이관하자
[현장칼럼]지역 고교 관할권, 지역 교육청에 이관하자
  • 이웅재
  • 승인 2018.08.13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웅재 (취재부 지역팀 부장)
농구 국가대표와 실업 선수 다수 배출로 농구명가로 우뚝 선 삼천포여자고등학교가 지역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삼천포여고는 최근 학교 운동장 터에 다목적 강당(체육관과 급식소)을 건립키로 하고 국비와 지방비 등 35억여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농구부와 학생들의 체육활동, 교실 수개를 터서 마련한 열악한 급식소 개선을 위해 추진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역사회, 특히 총동창회가 학교의 이런 행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숙원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체육관과 급식소 건립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한 것은 바라마지 않는 일이지만 추진단계부터 결정까지의 과정을 되집어 보면 마냥 반길 수 없다는 것이다. 총동창회 핵심 관계자들은 “학교 운동장을 없애고 건물을 짓겠다는 말도 안되는 발상이 구현됐다”며 “우리는 사전에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는데 학교측이 주위에서 반대할 것을 예상하고 쉬쉬하며 추진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학교 운영위원 일부도 언론보도 후 이사실을 알게됐다고 한다”며 “63년 동문들의 정서가 서려 있는 학교 교정이 파괴되는 일이 깜깜이로 진행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일”이라고 성토했다.

이 학교 출신 김경숙 사천시의회의원은 “한마디로 주위의 이목을 가리고 추진한 졸속 행정에 다름 없다”며 사천시의회 상임위 현장방문과 행정사무감사를 예고 했다. 학교 법인의 자부담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사천시가 5억여원의 지방비를 대응투자로 지원하게된 이유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김 의원은 동행한 건축사에게 기본 설계도를 보여주며 “학교측은 차선으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하는데 과연 타당한가”라고 의견을 구했다. 해당 건축사는 “외부와 학교를 단절하는 현 건축 방식의 선택은 찬성할 수 없다”며 “현 부지에서 건축을 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해도 1층을 피로티층으로 설계해 외부와의 단절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검토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삼천포여고의 상황이 알려지면서 총동창회 등 학교 이해관계자와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지만 여론이 한데 모이지는 않고 있다. 초·중학교 통폐합 때 마다 응집됐던 여론이 이번에 형성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지원청도 여론형성의 창구가 되지 못한다. 사천교육청은 “지역 고등학교는 우리가 아니라 경남도교육청 관할이다. 우린 배정된 예산의 집행과 관련해 수시로 보고만할 뿐 관여할 수는 없다”고 했다.

지역 여론도 심상치 않다.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방법론적 측면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추진했어야 옳았다는 입장이다.

뒤늦게 불거진 이번 일을 두고 지역 교육계는 유·초·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지역교육청과 도교육청이 나누어 관리하는 현 시스템에서 파생된 문제라고 진단하며 지자체와의 창구단일화를 위해 ‘지역 고교 관장권의 지역교육청 이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역 교육 살리기가 지방자치단체의 화두가 된지 오래다. 인재육성장학금과 내고장학교보내기운동, 공립기숙학원 운영 등 교육 예산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학교급식비 등 전체적인 부분은 지역교육청을 통해 언제든지 파악할 수 있지만 고교는 단위학교 별로 파악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창구단일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남도교육청이 관장하는 도내 국·공·사립 고등학교는 약 190여개에 달한다. 지역에 산재해 있는 단위학교의 욕구는 지역 교육청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지역 교육의 발전과 지자체와의 호응이란 관점에서 ‘지역 교육청의 지역 고교 관장’을 검토해 볼 때가 됐다.

이웅재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