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200일…페미니즘 어떠신가요
'미투 운동' 200일…페미니즘 어떠신가요
  • 연합뉴스
  • 승인 2018.08.1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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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 내 세대갈등? 각자 방식 투쟁 중”
 “페미니즘이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다고요?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싸우고 있는 겁니다.”

 한국사회를 뒤흔든 ‘미투(#metoo·나도 겪었다)’ 운동이 16일로 200일째를 맞는다.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사회 각계에서 미투 선언으로 확산했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의혹 폭로로 정점을 찍었다. 14일에는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 1심 선고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페미니즘을 두고 여성끼리도 생각이 다른 ‘줏대없는’ 사상이라고 비판한다. 남녀 갈등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미투 200일’을 앞두고 만난 10·20·30대 페미니스트들은 “페미니즘은 하나의 방향이 있는 게 아니라, 각자가 실천하며 만들어내는 거대한 움직임”이라며 “늘 고민하는 것은 연대와 참여의 방법”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 ‘단발머리’ 반응에 충격받은 여고생 “차별과 불편함 말하고 싶어”

 이달 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 참가한 고등학생 박모(17)양은 작년 여름 너무 더워서 단발머리를 했다가 주변 반응에 충격을 받아 페미니스트가 됐다.

 박양은 “내 편의를 위해 편한 머리로 잘랐을 뿐인데 여자라는 이유로 이런 얘기를 듣는 상황이 부당하다고 느껴서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했다”면서 “시위는 이번에 처음 가봤는데, 폭염 속에서 느낀 것은 ‘우리의 의지가 이렇게 강하다’는 것과 ‘혼자가 아니다’라는 강한 연대감이었다”고 말했다.

 박양은 최근 ‘탈(脫) 코르셋’ 선언도 했다.

 그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인식이 잡히는 시기도 10대이기 때문에, 10대 때 페미니즘 인식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위 참여조차 제한되는 연령대지만, 그래서 더 크게 10대로서 겪는 차별과 불편함을 말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 “내가 ‘강남역 사건’ 피해자될 수도”…‘엽서 총공’ 나선 대학생

 “어릴 때 성폭력은 ‘여자가 겪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숙명여대생 김지연(22)씨는 2016년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을 계기로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자각하면서 처음 페미니즘에 관심을 두게 됐다.

 김씨는 지난 10일 숙대 다목적홀에서 ‘엽서 총공’ 시위 연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씨 등은 10일 하루 동안 ‘여남차별 편파수사 그만하라’라고 적은 엽서를 청와대·중앙지검·서울경찰청·국회·대법원·행정안전부 등에 우편으로 보내는 ‘엽서 총공’ 시위를 벌였다.

 엽서에는 경찰이 일베 등 남초 커뮤니티와 달리 워마드를 상대로만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것이 ‘편파수사’라는 주장을 담았다.

 김씨는 “지금 한국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또래들에게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싶다. ‘총공’도 또 하고, 대학끼리 연대하는 움직임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현장 활동가가 본 안희정 재판…“권력형 성폭력 처벌기준 될 것”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에서 활동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38)씨는 “안희정 사건은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는 권력형 성폭력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며 14일 법원 선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 사건은 미투 폭로로 제기된 사건 중에서도 이른바 가해자의 사회적 명망이 가장 높은 사건이었다. 이 때문에 언론과 대중이 초미의 관심을 보였고, 재판이 열릴 때마다 성범죄 사건으로는 유례없이 상세한 보도가 이뤄졌다.

 김씨는 “재판이 시작되자 언론은 국민 알 권리를 위해 중계하는 형식을 띠었지만, 왜 재판까지 왔는지 그 본질과 상관없는 가십과 스토리를 소비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여성들은 청소년부터 오랫동안 운동을 한 나 같은 활동가까지, 또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페미니즘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여성시위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팻말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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