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프 > 레저/여행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76>최참판댁 한옥체험과 토지길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8.14  00:04:08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 동정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악양루.

◇무더위도 피서 온 최참판댁

8월초 기록적인 무더위가 전국을 불가마로 만들고 있을 무렵,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시창작반 수강생들과 함께 박경리문학관(관장 최영욱 시인)이 주관한 1박 2일 일정의 ‘토지시인학교’에 참가했다. 시창작 체험활동이 주목적이지만, 사실은 피서를 겸한 한옥체험이 이면의 목적이기도 했다.

토요일 오후부터 실시한 토지시인학교를 마치고 박경리문학관과 최참판댁을 둘러보았다. 박경리 작가와 한옥의 구조 및 최참판댁이 조성되기까지의 내력을 최영욱 관장으로부터 자세히 설명을 들었다. 박경리 선생이 쓴 대하소설 토지는 치열했던 근현대사 속에서 끈질기게 살아간 우리 민중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려 놓고 있는데, 평사리의 대지주 최 씨 가문의 비극적인 사건으로 막을 열어서 모든 민중이 세상의 주인이 되는 꿈을 구현하는 것으로 막을 내리는 작품으로서 25년 인고의 세월을 거쳐 탄생시킨 전 5부로 된 대작이다. 토지의 배경무대가 된 최참판댁은 2001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솟을대문과 행랑채, 사랑채와 안채, 별당아씨가 거주한 별당, 그리고 초당 등을 둘러보면서 소설 속 가상세계를 현실화시켰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빼어난 구조를 갖추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최 관장으로부터 최참판댁과 박경리문학관, 그리고 토지에 대한 설명을 듣는 동안 참가자들은 무더위도 잊은 채 대작가의 문학적 열정에 빠져 들었다.

토지마을 장터식당에서 먹은 저녁은 가히 일품이었다. 산나물과 해물 등 하동의 특산물로 차린 저녁은 체험활동 참가자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정도로 별미였다. 식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토지에 나오는 용이네, 우가네, 오서방네, 칠성이네 등 소설 속 인물이 실제 살았을 법한 집들을 둘러보고 나서, ‘문학 & 생명’관에서 진행하는 ‘시낭송과 장기자랑’에서 더위를 식힌 뒤 한옥체험관으로 갔다.

◇별과 꿈, 낭만과 함께 한 한옥스테이

최참판댁 맨 위쪽에 지리재와 섬진재 두 동으로 된 한옥체험관은 외형적으로 한옥으로서의 건축미를 살려 놓았고, 내부의 구조와 시설물은 현대식으로 지어 놓아서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조금도 불편함이 없었다. 지리재에서 머물게 된 우리는 밤늦도록 문학에 대한 꿈과 서로의 살아온 얘기를 나누었다. 자정 무렵에 일행은 하현달도 볼 겸 평사리 마을을 한 바퀴 산책했다. 별들이 온통 이곳 평사리에 다 모여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밤의 세계는 낮과는 사뭇 달랐다. 어둠이 지배하는 세상을 건너는 법을 아무도 말하지 않았는데도 함께 머무는 사람끼리는 알고 있었다. 길섶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나도 모두가 함께 놀라고, 밤하늘 반짝이는 별을 보면서 한 목소리로 감탄했다. 어둠은 사람들을 쉽게 한 마음으로 만들어주고, 어둠 속 빛나는 별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서정적이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정이 훌쩍 넘어 새벽으로 가는 시각에 섬진재에서 기타 연주와 함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도시였다면 소음으로 들렸겠지만, 평사리 한옥체험관에서는 낭만이면서 풍류로 들렸다.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데 모두가 주인공이자 조력자가 되어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동정호생태공원이 있는 평사리 토지길로 가던 중, 중천에 떠 있는 하현달을 발견했다. 어젯밤엔 섬진재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자장가 삼아 깜박 잠이 드는 바람에 하현달을 보질 못했다. 달의 속살이 뽀얗다는 걸 처음 알았다. 신발에 젖어드는 이슬의 촉감이 신선했다. 동정호 가운데 작은 섬 하나가 있고 호수 위에는 수초들이 수면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호수 중간중간에는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시설들이 설치되어 있어 가끔 분수처럼 물을 뿜기도 했다. 호수 남동쪽은 메타스퀘이어로 새 길을 조성해 놓았다. 아직 나무가 어려 숲길을 이루진 못했지만 몇 년이 지나면 훌륭한 메타스퀘이어 길이 될 것 같았다. 호수 서쪽 길은 징검돌로 길을 만들어 놓아서 한결 운치가 돋보였다. 징검돌로 된 동정호 둘레길이 끝날 즈음, 단아한 모습의 악양루가 호숫가에서 일행을 반겼다. 악양루에 올라서 하늘의 구름과 산그림자를 물밑 가득 담고있는 동정호를 바라보는 이 순간만큼은 누구나 시인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정호는 악양천의 범람으로 생겨난 배후 습지의 호수다. 삼국시대 당나라 소정방이 이곳을 지나다 중국 악양에 있는 동정호와 비슷하다고 한데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중국 호남성의 소상팔경 중에 ‘동정추월(洞庭秋月)’, ‘평사낙안(平沙落雁)’이 있는데, 이곳 동정호와 평사리, 악양루 등의 이름도 여기에서 연유했음을 알 수 있다. 동정호를 한 바퀴 둘러본 뒤, 사진 촬영의 명소로 알려진 부부송이 있는 평사리 들판으로 갔다.

◇부부애를 새롭게 하는 부부송

부부송은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 좀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면 훨씬 더 다정하게 보인다. 멀리서 바라보니 두 소나무가 서로의 어깨를 상대방에게 내어주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일까, 아침햇살을 맞이하고 있는 두 그루의 소나무가 무척 정겹게 보였다. 부부송은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서로 떨어져 보이거나 가깝게 보이기도 하며 때론 하나가 되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부부송을 소설 속 주인공인 서희와 길상의 이름을 붙여 불렀는데, 다정하게 선 수령 200년 된 두 소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서먹한 부부 사이라도 부부애가 새롭게 생겨난다고 한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고 한 희극인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부부도 늘 함께 살면서도 몇 걸음 거리를 두고 서로의 도리를 다하며 살아간다면 우리 모두는 행복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보았다.

동정호생태공원과 부부송이 있는 평사리 토지길 일부를 걷고 온 뒤라서 그런지 장터식당에서 먹는 아침밥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배경무대였던 화개장터와 아자방(亞字房)으로 널리 알려진 칠불사를 탐방했다. 짧아서 더 행복했던 1박2일 한옥체험활동에 도움을 주신 하동군과 박경리문학관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박종현(시인·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있을 건 다 있는 화개장터 입구
있을 건 다 있는 화개장터 입구.
최참판댁의 별당채
최참판댁의 별당채.
최참판댁의 정겨운 돌담
최참판댁의 정겨운 돌담.
평사리 들녘과 섬진강
평사리 들녘과 섬진강.
평사리 들녘을 지키고 선 부부송
평사리 들녘을 지키고 선 부부송.
한 폭의 그림 같은 동정호의 모습
한 폭의 그림 같은 동정호의 모습.
한옥체험관으로 올라가는 길
한옥체험관으로 올라가는 길.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