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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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8.08.1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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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탁 (시인·창원예총회장)
김시탁
건강하고 오래 살려면 운동을 해야 한답니다. 그래서인지 목욕탕에서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냉탕에서 개구리헤엄을 치거나 기둥에 불룩한 배를 부딪치며 고양이가 짝짓기 할 때 나는 소리를 냅니다. 온욕을 즐기며 누워 있던 사람이 탕 안에서조차 운동한다고 앉고 서기를 반복하며 물방아를 찍는 바람에 졸지에 콧구멍까지 욕탕 물을 들이켜야 하는 낭패를 겪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건강을 위해 운동한다는데 누가 말리겠습니까만 장소를 가려가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운동이라고는 술잔 털어 넣는 목 운동과 숨쉬기 운동밖에 모르는 필자가 객기를 부려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작은 농장에 채소라고 가꾸다보니 요즘 같은 폭염에 물이라도 주려고 새벽부터 나서보면 농로 길에 운동하는 사람들 때문에 고역입니다. 좁은 길을 도통 비켜주지를 않아요. 모자 쓰고 목 가리고 황사마스크 쓰고 IS무장단체 요원같이 눈만 빼꼼히 내놓고 거기에다 이어폰까지 끼고 앞만 보고 가는데 경운기가 용을 쓴들 트랙터 바퀴가 엉덩이에 닿는 들 알겠습니까. ‘내 나이가 어때서,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에 정신이 팔려 절대로 못 비켜 죽어도 못 비켜 구령이라도 붙이며 걷는 것 같습니다. 어쩌다 한 무리를 재주껏 피하고 보면 또 개판입니다. 목줄도 안한 개들을 몇 마리씩 몰고 나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한 쪽 다리 들고 오줌 갈기니 차를 다시 세워야지요. 경적이라도 울리면 개들과 주인이 함께 덤비니까요. 엄연히 운동하는 산책로가 따로 있으니 산책로를 이용하는 게 더 편할텐데 굳이 농로를 버젓이 활보하며 농민들이 불편을 겪는데도 안하무인입니다.

농로는 농기구 농작물 운반차량의 위험에 노출되어 걷는 들 불안해서 운동이나 제대로 되겠습니까. 조석으로 좋은 공기를 날아오는 농약이나 마시며 날파리 떼에 시달리면서까지 말입니다. 건강을 위한 운동은 마음이 편해야 효과가 있는 법인데 격식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평상시에도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자연스러운 생활 운동이 되지 않을까요. 웬만한 운동기구들이 완비되어 있는 주민 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건전한 사고의 운동습관이 건강한 몸과 사회를 만듭니다. 내일은 까치와 까마귀가 머리를 모아 만든 오작교에서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석입니다. 우리도 즐거운 운동을 통해 건강한 영육의 다리를 만들고 비젼 있는 나라의 긍지 높은 국민으로 새롭게 만났으면 합니다. 정도를 걷는 마음으로 희망의 근육을 튼실하게 키워서 말입니다.

김시탁 (시인·창원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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