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도전]플로리스트 하경은
[행복한 도전]플로리스트 하경은
  • 임명진
  • 승인 2018.08.14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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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꽃'이 즐거운 삶으로 다시 피었죠"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더 앞섰는데, 막상 해보니 오히려 제가 더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플로리스트 하경은(31·진주시)씨의 하루는 요즘 즐겁기만 하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꽃 가게를 운영한지 이제 2년차가 되어 간다는 그녀는 여태껏 단 한 번도 자신의 결정을 후회 한 적 없다.

플로리스트는 꽃으로 주인공인 사람과 공간을 돋보이게 하는 일이다. 꽃을 가지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얼핏 여성스러워 보이지만 그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플로리스트의 오랜 고민과 작업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꽃을 좋아했던 그녀이지만 처음부터 플로리스트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플로리스트가 되기 전 그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습지 회사의 교사로 근무했다.

지인의 권유로 시작한 일이지만 재미가 있었다. 수년간 열심히 하다 보니 팀장으로 승진까지 했다.

관리자가 되고 나니 팀원들의 실적을 관리하는 일부터 하나 둘씩 생각치도 못한 스트레스가 쌓여가기 시작했다.

힘들 때 그녀에게 위로가 되어 준 것은 바로 꽃이었다. 취미생활로 꽃을 만지면서 스트레스를 풀었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전문적인 플라워 레슨을 받으면서 언젠가는 꽃집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경은 씨는 “일을 그만두려고 결심했을 때,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고 했다.

그렇게 꽃집을 차리고 본격적으로 플로리스트의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후회 해본 적이 없다.

“곰곰이 이유를 되새겨 보면 매일 새로운 꽃을 만난다는 기대감이 많아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계속하는 거죠. 앞으로도 플로리스트의 삶을 살고 싶은 게 목표”라고 했다.

경은 씨는 화려하지 않고 은은하면서도 심플한 꽃들을 특히 좋아한다. 요즘 같은 여름에는 그린이나 화이트가 들어간 꽃들을 많이 사용하지만 자연스러운 이미지의 꽃들을 선호한다.

그녀의 가게도 심플하지만 단아한 분위기로 꾸몄다. 플로리스트가 되고 나서 그녀의 삶에도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오래전부터 마음 먹어왔던 일들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주변의 어린친구들을 위한 재능기부에 참여한 것.

봉사 단체인 굿네이버스는 이번 여름방학 동안 홀로 방학을 보내야 하는 초등학생들을 위해 ‘플라워 레슨’ 교실을 열었다. 소액이지만 수년 전부터 꾸준히 어려운 이웃을 돕는 기부에 동참하고 있는 경은 씨는 최근에 굿네이버스가 진행하는 행사에 스텝으로 자원봉사에 나섰다.

그런 그녀에게 플라워 레슨 재능기부 참여 제의가 들어왔다. 8월 한 달 동안 지역의 6개 초등학교에서 다양한 꽃 재료와 도구를 이용해 꽃바구니를 만드는 수업인데 경은 씨는 흔쾌히 참여하겠다고 했다.

원래 예정된 학교 중에서 몇 군데만 해도 되지만 그녀는 바쁜 일에도 모두 다 하겠다고 했다.

“어디 한 곳을 빠지는 것도 아이들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꽃 같은 경우에는 재료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어서 많이 접해보지 못한 친구가 대부분인데 아이들에게 꽃의 매력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수업에는 보통 20명 정도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

“주의가 산만한 친구가 있었는데, 학교에서도 수업 전에 미리 이해해 달라며 당부를 주셨는데, 그 친구가 의외로 수업에 집중하고 수업이 끝날 때쯤 저에게 꽃을 꽂아주면서 친근하게 다가왔어요.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여웠어요. 아이들이 꽃처럼 다 예뻐 보였어요”

재능기부는 그녀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오히려 그녀 자신이 힐링이 된 듯한 소중한 시간으로 남았다.

“재능기부가 이렇게까지 기분 좋은 일이라는 것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한 기분이에요”

재능기부의 기회가 더 자주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앞으로 재능기부에 적극 참여하고 싶어요. 주변을 보면 생각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신문이나 언론에서 소개를 많이 해주면 일반 사람들도 용기를 내서 동참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임명진·박현영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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