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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포럼] 부끄러워서 이름을 바꾼 도연명전점석 (창원 YMCA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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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19  21: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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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소동파는 도연명을 중국 역사에서 최고의 시인이라고까지 했다. 심지어 시선 이백도, 시성 두보도 도연명의 경지에는 닿지 못했다고 하였다. 이렇게 훌륭한 도연명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공무원이 되어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적이 있었다.

 도연명은 동진에서 365년에 태어났다. 맏아들 엄(儼)이 출생한 393년에 지방관인 강주(江州)의 주제주(州祭酒)로 공무원에 첫발을 내디딨다. 제주는 학교행정을 담당하는 교육공무원의 직책이었다. 두 번째 출사(出仕)는 7년 후인 400년에 군벌 환현(桓玄)의 막부(幕府)에서 참군(參軍)의 직책으로 일했다. 참군은 참모군무의 줄임말인데 군사(軍事)의 참의관(參議官)이다. 장군과 늘 소통하는 직책이다. 당시 환현에 대해서는 불안한 시대를 평정할 인물이라는 평판이 있을 정도로 기대감이 있었기에 도연명도 출사하였던 것이다. 1년 조금 넘게 봉직하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음(訃音)을 듣고 귀향하여 3년간 거상(居喪)하였다. 도연명이 모친상을 치루는 동안 환현은 402년에 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장악하였다. 403년 안제를 폐위하고 자신이 황제에 즉위하여 국호를 초(楚)라고 하였다. 이듬해인 404년, 황실 수호의 명분을 걸고 진군장군(鎭軍將軍) 유유(劉裕)가 동진(東秦)의 관리, 장수들과 연합하여 환현을 공격하였다. 환현은 안제를 끼고 강릉으로 도망가다가 피살되었다. 모친 3년 상을 치른 후 같은 해인 404년, 40세가 된 도연명은, 4년 전 자신이 섬겼던 환현을 공격한 유유의 막부에 역시 참군으로 부임하였다. 이 때에도 환현 처럼 유유가 암흑 속에서 백성을 구제해 줄 인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망하고 그만두었다. 

 도연명이 귀은(歸隱)한 이후에도 정국은 숨가쁘게 뒤바뀌면서 동진은 서서히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었다. 옛 상관이었던 유유는 418년에 자신이 복위시킨 제10대 안제(安帝)를 다시 유폐시키고 동생인 사마덕문(司馬德文)을 공제(恭帝)로 즉위시켰다. 도연명이 귀은한 지 15년이 지난 420년, 다시 유유가 꼭두각시였던 공제를 폐위시키고 자신이 즉위하여 스스로 황제라 칭하고 송(宋)나라를 세웠다. 이 불법적인 쿠데타에 분노하여 도연명은 자기 이름을 잠(潛)으로 개명하고 세상과 철저히 담을 쌓았다. 최소한의 예의가 있는 처신이었다. 잠(潛)은 잠길 잠이라는 글자인데 흔히 항복하다, 숨다, 가라앉다 등의 뜻으로 쓰인다. 글자 모양으로 보면 물 속으로 자맥질 할 때에 목에 차오르는 숨을 내뿜으며 물 속에 잠기다는 뜻이다. 도연명은 부끄럽고 창피해서 어딘가에 숨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 당시 도연명은 자신의 작품에 여전히 동진으로 연대를 기재하여 새로운 왕조를 인정하지 않는 자신의 뜻을 밝히고 있었다. 무제 유유는 황제로 즉위한 다음해인 421년 공제를 살해하였다. 분노한 도연명은 자신의 시 「술주(述酒)」에서 이 사건을 풍자했다. 57세인 421년에 쓴 시 「술주」는 환현과 유유의 쿠데타에 대한 도연명의 첨예한 비판정신이 담겨있다. 

 지난해까지 ‘당당한 경남’을 만들겠다는 단체장을 모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일부 간부 공무원들은 무상급식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을 종북세력이라고 매도하느라고 속으로는 마음고생을 했을 것 같다. 다만 지난 해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 주변 눈치를 살펴가면서 선거캠프에 어슬렁거렸던 염치없는 몇 명은 이제 자신의 모습을 도연명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도연명은 권력의 하수인 역할이 자기 성격과 맞지 않았다. 공무원으로서의 책임과 타고 난 개성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귀은을 선택하였고 자기 이름도 바꿔버렸다. 6.13지방선거에서 표 떨어질까 봐 같은 당의 후보들로부터도 외면당하였고 최근에는 노회찬 국회의원의 죽음에 대해 한마디 했다가 SNS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을 보고 너무 창피했다. 자신의 이름을 바꾸거나 최소한 안보이는 곳으로 숨는 공무원이 있어 자신의 부끄러움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전점석 (창원 YMCA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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