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일보
  • 승인 2018.08.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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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탁(시인,창원예총회장)
김시탁
이름부터가 술술 넘어간다. 근육도 없고 뼈도 없어 오래 씹지 않아도 잘 넘어가서 소화된다. 잔만 털어 넣으면 직통으로 식도까지 넘어간다.

효과도 직방이다. 배가 부르지 않으면서도 포식감이 있어 든든하고 기분도 좋아진다. 마음이 태평양이어서 빠져 죽는 사람도 건져준다. 이 좋은 걸 왜 끊느냐고 아름답게 첫사랑 여인의 이름으로 다시 불러 보자. 달착지근하게 금주 씨! 금주라고. 끊지 마시라. 굳이 끊으려거든 끊는 기념으로라도 한잔 더하시라. 술 술 술... 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술은 안 보이고 물만 보인다. 눈물만 보인다. 이렇게 시작하는 시를 쓴 적이 있다.

전문을 생략해서 그렇지 눈물 뒤에 섬도 나오고 사랑도 나온다. 이 많은 걸 보여주는 술을 왜 끊어야하는가. 건강 때문에? 먹고 싶은 술을 못 먹고 참는 스트레스가 더 해롭다. 한 잔 마시고 다시 생각해보시라 술에게 미안하지 않은가. 여기까지 술을 잘 마시는 사람 얘기다.

그럼 또 해보자. 술. 술. 술 이름부터가 원수다. 술술 풀릴 일도 안 풀린다. 술만 먹으면 우리 집에 없던 개가 한 마리 기어들어온다. 고래 고기를 먹었는지 고레 고레 고함지른다. 식구가 깨고 동네 개들이 단체로 짖어댄다. 대문짝이 우그러지고 물 컵에 날개가 달렸다. 때 수세미 같은 말들이 쏟아진다. 못살겠다. 본인은 내일이면 모른다. 절주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끊어야 한다. 술 잘못 마시는 사람 얘기다. 귀하께서는 어디에 족보를 두고 계시는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술은 사람이 마시고 즐기는 것이다. 술이 사람을 마시고 즐기면 안 된다. 돈 주고 사 먹는 술 한테 왜 사람이 놀아나야하는가. 사람들은 술 못 마시는 사람들과 잘 못마시는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실은 모두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 세상에는 남녀의 구분을 빼고 명확하게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술 먹는 인간과 술 못 먹는 인간이다. 술은 이 두 종류의 사람을 모두 안타깝게 만든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술을 마셔야 하고 술을 끊어야 하니 술이 존재해야 하는 명분으로 충분하다. 적반하장이란 말이 있다. 풀어쓰면 적당한 반주는 하느님도 권장한다라는 뜻으로 요즘 회식자리에서 건배사로 많이 애용한다. 좋은 말이다.

적당한 반주 적당한 술은 정신건강에 이롭다. 지나친 과음은 제 몸과 마음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준다. 술은 잘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한 잔의 술을 마셔도 잘 마시면 보약이 되고 못 마시면 독이 된다. 절제를 안주로 반듯하게 마시면 더 좋다. 한 잔 받아주고 싶다.
 
김시탁(시인,창원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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