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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공직공모제, 제대로 해야한다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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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2  19: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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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정부예산보다 많은 물경 650여 조원을 실무로 총괄하는 자리,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공모를 두고 권부(權府)개입 여부를 두고 말썽이 많다. 올초에 공모가 진행되어 3명이 최종후보로 선정되었으나 또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적격자 없음’으로 끝내고 재공모에 들어갔다. 이후 30여 명의 후보자가 응모한 가운데 권부내 알력설이 불거졌고 각각의 정치진영에 공방을 위한 칼날은 더 예리해 지고 있다.

공직자 공모제의 순기능을 뭉개는 부작용이다. 인재를 널리 구하고 조직의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취지로 도입한 공모제에 대한 손질의 당위가 또렷해진다. 정부가 소관 하는 대부분 공공기관의 장(長) 혹은 감사 임면권은 해당부처의 장관에게 있거나, 장관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 혹은 장관으로부터 임명된 기관장은 상임이사나 본부장급 임원의 인사를 장관에 제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임명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각각의 해당 정부 산하기관 관련 법률이 그렇다.

명시된 법이 그렇다한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 권부에서 결정하여 사람이 선택된다. 원칙대로, 법률에 따라 본부장을 장관에게 제청하거나, 임명을 기관장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결코 못되는 것이다. 그랬다가는 큰일 난다. 지금 정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전의 정부에서도 그랬고 ‘추천제’ 혹은 ‘공모제’이름으로 이 인사시스템을 도입한 2000년대 초반에도 그랬다. 부인이 불가능한 실상이다.

특정 기관장의 임기가 종료될 시점에서 사실상의 해당 후보가 확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한다는 취지에서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되기도 하지만 형식요건이다. 해당기관을 소관하는 각 부처의 실무국장은 권부로 부터 하달 받은 인사의 낙점을 위해 각인의 ‘임추위’ 위원에게 유무형적 정부의 뜻을 전한다. 좋게 보면 의사전달에 부탁이고, 나쁘게 살피면 압력에 지시다. 기필코 성사시켜야 할 책무가 된다. 간혹 권부에서 민 인사가 탈락하는 등 일종의 반란이 나면 담당국장의 책임은 정권이 끝날 때 까지 따라 다니게 된다.

공모에 참여하는 순진한 응모자는 각양의 부담되는 제출서류에 시달리게 된다. 경력증명서 발급을 위해 자신이 몸 담았던 여러 조직에 들락거려야 한다. 명예롭지 못한 일도 생긴다. 조직경영을 위한 ‘업무수행계획서’나 자기소개서 작성에도 진땀을 흘린다. 가족의 금융 및 범죄정보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개인정보활용동의서’서명도 필수다. 편린(片鱗)같은 가능성이 있다면 마땅히 감수할 정당한 요구다. 이미 내정된 사람이 있는데 말이다. 순박한 기대에 부푼 대부분의 응모자는 적어도 언질 정도를 받고 지원하는 예비 낙점자를 위한 충실한 ‘들러리’가 되는 셈이다. 응모사유를 묻는 질문에 “청와대서 연락받고”라고 답한 웃지 못할 응모자도 있다. 내정된 사람의 얘기다.

새로 출범한 각 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산하 및 소속기관장, 교육청의 교장공모제 또한 그 규모나 정도가 다르지만 실상은 도긴개긴이다. 모두의 경우가 그렇지 않겠지만 단체장 등 임명권자가 염두에 둔 인사가 공모과정에서 실격하거나 하자가 들춰질 경우에 그럴듯한 사유, ‘적격자 없음’으로 슬그머니 문을 닫아 버린다.

공모제는 전문인 발굴 등 인재등용을 위한 민주성을 강화시킨다. 권부의 조정, 임명권자의 속마음도 마땅히 중요하다. 문제는 고유한 공모취지가 훼절되지 않을 최소한의 가치는 엄격히 발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수 응모자의 순수한 열정과 전문성이 미리 정해 놓은 인사, 그 시스템에 굴복된다면 없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된다. 불특정 응모자는 참정권적 기본권인 공무담임권을 부여받은 국민이다. 헌법이 그렇다. 특정인을 내정하고, 허울 좋은 공모제로 위장한다면 국민을 상대한 일종의 기망행위가 되는 것이다. 혁신적 개선을 고대한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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