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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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8.08.2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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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객원논설위원)
요즘은 보리밥이 별식이고 영양식이다. 그러나 황혼기를 맞고 있는 노년층들은 어린시절 보리밥이 주식이었다. 강원도와 산간지방은 강냉이와 감자로 대신했다. 한 여름 땡볕에는 우물에서 길어온 찬물에 보리밥 말아 된장에 풋고추 찍어 먹는 것이 다반사였다.

▶건강식이라 할지 모르지만 햅쌀이 나오는 추석 즈음이 아니면 쌀구경을 못하는 가정이 많았다. 사라 태풍이 닥쳐 익어가는 벼논을 휩쓸고 간 1959년과 보리가 익어 낫을 기다리던 이듬해 보리수확기 이른 장마로 타작도 하기전 썩어버린 흉년으로 한반도는 그야말로 기근에 허덕였다. 돈이 있어도 곡물이 없어 밥굶는 사람이 비일비재했다.

▶긴급공수된 것이 미국의 곡물원조이다. 포대에 한국과 미국이 악수하는 장면에 양국 국기가 그려진 원조양식이 굶어 가는 사람들을 살렸다. 우유가루, 강냉이가루 배급으로 허기를 달랬고 종교단체 급식봉사에는 길게 늘어선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광복과 정부수립으로 자주권은 찾았지만 식량자급은 1970년대 중후반에 가서야 실현됐다. 새마을운동을 깃점으로 종자혁명, 농법개량에 힘입은 바 크다. 농촌일손돕기도 한 몫을 하고 통일벼가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네 농촌은 시들어 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농사를 대신하고 노령화로 사라질 마을이 늘어나고 있다. 격세지감이라고 하기엔 현실이 너무 절실하다. 이제 농사가 관심사에서 벗어난지 오래다. 태풍은 오는데….
 
변옥윤(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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