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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썅년의 미학' 책으로 출간“여자 이야기 써서 얻은 멸칭, 덕분에 제목 지었다”
연합뉴스  |  yunhap@yunh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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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6  18: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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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우리 영식이, 오늘 왜 이렇게 이뻐? 역시 우리 과 꽃이야~ 앞으로도 이렇게 좀 꾸미고 다녀~”

“넌 집에 있으면서 니 누나 밥도 안 차려주고 뭐 했어?”

“사위 아가, 정말 검사 좀 받아봐야 하는 거 아니니? 네가 문제 있는 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또 아들이야?”

인터넷(저스툰) 연재 당시 누적 조회수 400만뷰를 넘은 화제의 웹툰 ‘썅년의 미학’(출판사 위즈덤하우스)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흔하게 듣는 말을 남성을 대상으로 바꿔본 것이다. 작가 민서영은 이렇게 남녀가 뒤바뀐 상황을 그려 역지사지를 제안한다.



작가가 그린 여성의 현실은 이렇다.

남: 그러니까 네 말은, 화장실 칸막이나 벽에 작은 구멍이 잔뜩 뚫려 있단 거지? 이상하다…나는 그런 구멍 한 번도 본 적 없거든. 솔직히 남자들은 관심이 없어. 구멍이 있는지 없는지 아예 기억도 안 나.

여: 그렇겠지. 애초에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사진이 찍힐 거란 생각 자체가 없을걸.

남: 근데 그 자리라면 몰카가 안 들어갈 텐데?

여: 안경 몰카에, 넥타이 몰카에, 나사 몰카까지 나오는데 거기 들어갈 몰카가 없을까?

남: 그치만 기본적으로 전자 기기니 전력도 엄청 많이 소비할 거고, 배선도 그렇고 말이 안 되잖아~

여: 그럼 남이 똥 싸고 오줌 싸는 거 훔쳐보는 건 말이 되냐?


작가는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성차별과 성범죄로 인한 불쾌함과 불안, 공포를 네 컷짜리 만화로 생생하게 그렸다.

이번에 단행본으로 묶어 출간한 책에서 작가는 이 만화를 처음 그렸을 때 ‘읽기 쉬운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페미니즘이라는 말도 되도록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고.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여자들이 사는 세상이 어떤지, 얼마나 공평하지 않은지 사실만을 보여주면서 “가랑비처럼 젖어 들어 고개를 들어보면 어느새 ‘어라, 이것도 페미니즘이야?’라고 알게 되는 그런 반응을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기도 전에 그는 이미 ‘꼴페미’가 되어 있었고, 덕분에 탄생한 제목이 ‘쌍년의 미학’이다.

“처음에는 그저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SNS에 제목도 없이 한 컷 두 컷 연재하기 시작했죠. 내가 이런 일이 있어서 기분 나빴다는 이야기였는데, 여성분들이 댓글 등으로 특히 반응해줬어요. ‘작가님만 겪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라는 거죠. 그래서 좀 더 보편적인 얘기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이 만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많은 분이 속 시원하다고 지지해줬고, 저스툰 쪽과 연이 닿아 작년 9월부터 이 제목으로 매주 연재했어요.”

23일 전화로 만난 작가는 이 만화를 그리게 된 배경을 이렇게 소개했다. 연재 이후 열렬한 지지를 보내준 독자들이 많았지만, ‘꼴페미’라는 지칭처럼 부정적인 반응도 없지 않았다.

“여성이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 건 어쩔 수 없이 페미니즘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뭔가가 바뀌는 것이 운동인데, 바꾸려고 하는 과정에서는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규정하기 좋아하니까요. 익숙하지 않으니까 ‘백래시’(backlash) 같은 반응이 없지 않았고, 왜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해서 불편하게 만드느냐는 반응이 나왔죠. 그런데 저는 ‘사람들이 나를 오해할 권리가 있고 나는 그걸 해명할 의무가 없다’는 말을 좋아해요. 저는 제 이야기를 할 뿐이고, 가능하다면 사람들이 한 번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는 여성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에는 나만 공포를 느끼는 게 아니었다는 건데, 여성들조차 그 정서를 공유하지 못해왔기 때문에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더 많은 목소리를 내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얘기하면서 서로의 힘이 될 수 있고,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신은 그렇게 위험하거나 나쁜 남자가 아니라며 억울해하는 남성들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있다면, 피해자인 여성에게 얘기할 게 아니라 자기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생각해 보니까 사실 여성들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택시 편’처럼 여성들이 술 마시고 택시를 탈 때 느끼는 공포 같은 것은 남자들이 잘 모르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그렇다’라고 말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너희가 다 나쁘다’거나 편 가르기 같은 게 아니라 ‘이런 부분을 알아줘’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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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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