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소득주도성장의 한계와 과제
[경일시론] 소득주도성장의 한계와 과제
  • 경남일보
  • 승인 2018.08.2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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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거시경제적으로 국민소득은 임금, 이자, 지대, 이윤 등으로 구성된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보면 이 네 가지 소득범주 중에서 임금만이 중요한 정책대상이 되고 있다. 진정한 소득주도성장이라면 이 네 가지 소득을 모두 증대시키면서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퍼져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지금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은 원래 세계노동기구(ILO)가 제시한 임금주도성장(Income-led growth)에 근거해 있기 때문이다. ‘임금’주도성장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소득’주도성장으로 포장되고 명칭과 내용에 괴리가 생긴 것이다. 이 성장론의 내용은 임금인상 예찬론에 가깝다. 임금을 인상하면 ‘임금 인상-수요 증가-기업투자 활성화-고용 증가-임금 추가 인상’식의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면서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이 정책은 선한 의지를 담은 정책이지만 현실과의 괴리감이 크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아킬레스건 중 하나가 자영업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자영업은 주로 도소매, 음식료, 숙박, 운수업 등에 분포되어 있다. 자영업자의 수는 약 550여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고 이들을 돕는 무급가족 종사자가 약 110여만 명임을 감안하면 660여만 명이 이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이 크게 증가하게 된 것은 1990년대 중국과의 교역이 시작되면서 중국산 저가 제품이 대량 수입되자 많은 중소기업이 문을 닫았다. 이때 실직한 인력들이 자영업으로 진출하면서 자영업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또 외환위기 때 은행원만 10여만 명이 실직을 했는데 많은 금융회사와 기업이 도산하면서 실직자가 급증했다. 이 무렵 이들이 택한 대안도 자영업이었다.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업종들이 상당 부분 자영업에 속하는 상황인데 정부는 소득주도성장론에 따라 작년 최저 임금 16.4% 인상 조치에 이어 내년에도 10.9% 인상하기로 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5% 정도인 상황에서 최저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0배 수준이 된 것이다. 최저임금 지급대상인 경제적 ‘을’을 위해 자영업자라는 또 다른 경제적‘을’이 희생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최저임금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지만 소득분포는 가구를 대상으로 산정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중 70%가 사실상 중산층 가구에 속해 있다. ‘아들’이 알바를 하면서 최저임금을 받지만 ‘아버지’는 괜찮은 소득을 올리고 있어서 가구 전체로는 중산층에 속하는 상황이 70%라는 것이다. 이 경우 최저임금 인상은 ‘아들’의 소득을 올리지만 전체 가구 입장에서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득 최하위 10% 그룹에 속한 가구들의 70% 정도가 독거노인 가구라는 통계도 있다. 이들에게는 임금수준 보다 일할 기회 자체가 중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면 취약가구가 가장 어려워진다. 최저임금 인상 같은 개인 중심의 소득정책보다는 가구 중심의 소득증대정책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아무리 강한 권력도 정치에서는 민심을 못 이기고, 경제에서는 시장을 못 이긴다. 성장과 일자리의 원천인 시장과 기업 중심의 정책전환, 경제활동의 자유와 고용의 유연성 확대, 저비용 고효율로의 경제구조 개편 등이 필요하다.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여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하고 좋은 일자리를 늘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진석(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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