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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 ‘한 명들’이 될 때김귀현기자
김귀현  |  k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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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7  18: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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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귀현기자
며칠 전 지역서점에서 책 10권을 뽑아들어 방 책장을 채웠다. 한 권씩 사다보면 금방 읽어버리고, 두 달에 걸쳐 10~20권 남짓을 사면 일상의 속도와 독서의 속도가 알맞다.

딱 10권을 채우려던 찰나 지난 14일이 떠올랐다. 망설임 없이 눈에 들어온 책을 골랐다. 김숨 작가의 ‘한 명’이었다. 책 표지에 붙은 띠지에 써 있던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수상작가’는, 늘 그렇듯 선택 이유가 되지 못했다.

지난 13일 강문순 일본군강제‘성노예’피해자진주평화기림사업회 공동대표를 만났다. 그날 인터뷰 질문은 주로 ‘개인’에 집중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향한 폭력을 마주했을 때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 개인이 소속 없이도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 지금 개개인이 모여 하고 있는 할머니들을 위한 일 등을 물었다. SNS에서 지지 의사 밝히기·해시태그 달기·공유하기, 증언 도서 읽기 처럼 연대 행동이 주였다.

그 중 들은 진주평화기림사업회 내 역사 소모임 이름은 ‘한 명들’이라고 했다. 한 명, 한 명이 모여 ‘한 명들’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들을 일으킨 김숨 작가의 ‘한 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실제 증언을 재구성해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시간이 흘러 생존 피해자가 단 한 명뿐인 어느 시점으로부터 시작한다. 자신이 피해자였음을 밝히지 않고 살아온 어느 ‘한 명’, 할머니의 목소리는 문장 곳곳마다 선명하다.

실존 인물이나 사건을 소재로 한 문학이 대개 그렇듯 한 자리에 앉아 한 번에 읽기는 쉽지 않았다. 때때로 분노가, 때때로 울음이 머리를 휘감았다.

그렇게 맞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은 오롯이 ‘한 명’이 되기 위해 썼다. 대여해 온 소설 ‘한 명’, 영화 ‘허스토리’를 본 뒤 해시태그 ‘#Remember0814’를 단 글 서너 개를 올리고 관련된 칼럼과 기사를 읽었다. 그 후 서점에서 다시 김 작가의 책을 만났다. 볼 때마다 생각할 수 있도록 침대 맡 책장에 꼭 꽂아두고 싶어 구입했다.

감정의 전이, 공유가 한 번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달 진주에서 피해자 증언과 근거자료를 접목한 최초의 사례집 ‘끌려가다, 버려지다, 우리 앞에 서다’ 저자 초청 북콘서트(진주평화기림사업회 주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날 ‘한 명들’ 사이에서 나 역시 계속해 ‘한 명’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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