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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0세 인생’, 지공들의 희비최길명(전 하동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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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7  18: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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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길명

지공이란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1980년 어버이날부터 시내버스 무료, 열차와 지하철 요금은 반값이라는 경로우대를 실시했는데 그때는 70세부터 혜택을 주었다. 그 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어 지금은 65세 이상이면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게 했다.

얼마 전 지하철을 탈 기회가 있어 천정 손잡이를 잡고 서있으려니, 앉아 있던 젊은이가 ‘노약자석’을 가리키며 가서 앉으라고 했다. 서있어서도 괜찮다고 하니 “내가 부담스럽지 않아요!” 하면서 쳐다본다. 그 젊은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출입문 쪽으로 가서 서 있었다. 물론 노약자석이 비어 있었지만 처음부터 앉을 생각이 없었다.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든 괴로울 때 앉을 수 있도록 비워 두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가 지하철 무료승차로 인한 적자액이 한해 5천억 정도라고 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지하철 공짜로 타고 춘천 닭갈비 먹으러 가고 온양 온천에 다니는 게 노인들의 일상 권리가 아닌 듯싶다. 돈을 내고 타는 젊은이들의 배려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1300원짜리 지하철을 무료승차하면 5명의 젊은이가 약 250원 정도를 나누어 부담해야 하니 맘 한구석엔 죄지은 것 마냥 괴로움이 있다. 능력 있으면 돈 내고 타고, 할 일 없으면 타지 않아야 할 것 같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인구의 14%라고 한다. 고령자의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저출산 탓도 있지만 노인 수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65세 이상 고령층이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를 넘어 서게 되었고 현재 젊은이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데 2050년에는 1.4명이 노인1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니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지하철 승객의 절반이 지공들이라는 섬뜩한 소리가 나올까 걱정 된다.

70대들이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인생 마감 길에 걸리지 말아야 할 병이 세 가지가 있는데 풍과 암과 치매라고. 이는 많은 비용과 고통의 동반으로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삶도 함께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치매라고 한다. 풍과 암은 본인이 자각할 수 있는 질병이라서 자신의 의지로 감내하면 피해를 줄일 수도 있지만 치매는 본인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질병으로 한 가정의 한계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기 위한 마법은 없다. 노약자석에 앉지 않겠다는 강한 자의식과 내구력을 기르려는 노력이 마법이기를 빌어본다.

건강보험 재정이 지금은 흑자지만 2,3년 후에는 적자가 되리라 한다. 지금 부양자들에게도 힘겹지만 다음 세대에게는 분명히 무거운 짐이 될 것이다. 가파른 고령화의 진행으로 건강보험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100세 인생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한번 늘려 놓은 복지를 다시 회수하기는 어렵다. 지나친 복지비용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게 되면 그들은 우리에게 물을 것이다. “우리가 잘 사는 나라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되었느냐? 이것이 잘 사는 나라냐”고…

이제 90세 부모와 60-70세의 자식이 함께 살아야 하는 상황으로 지공들의 두 어깨에 걸린 삶의 무게가 점점 버거워지고 있다. 자손들과 사회에 부담주지 않고 추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면 일상 속에서 부지런히 움직여 ‘건강수명’을 잘 유지해야 한다. 어쩌다 맞이한 100세 인생, 유언장이라도 써 놓자. ‘자연사 할 수 있도록 호흡기 달지 말고, 치매병원에 가게 되면 찾아오지 말라’고.

 

최길명(전 하동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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