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늙어가고 있는 한국정치 경계해야
[경일시론]늙어가고 있는 한국정치 경계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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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교수)
43조 원 일자리 예산을 쓰고 1년 동안 고용 증가는 고작 5000명에 불과하고, 난맥상을 보이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대한 정치권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그런데 사안의 심각성에 진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과제가 하나 있으니 바로 가속되고 있는 한국 정치의 노쇠화 문제이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김병준 교수, 민주평화당 당대표 정동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이해찬 의원과 바른미래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손학규 후보의 선전 예상을 보면 우리 정치 연령기반은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 소위 ‘올드 보이’(old boy) 정치인들이 상징적으로 두터운 벽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노쇠화, 결국 사회침체로 이어져

한국정치가 늙어가는 이유 첫째는 인구절벽이 본격화되고, 생산연령이 감소되는 고령 사회, 초고령 사회에 들어선 일련의 인구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여기서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의 고령화 속도다. UN은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까지 프랑스는 154년, 독일은 7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한국은 26년이다. 이러한 인구변화추세는 한국정치를 더욱 노화시킬 개연성이 높다. 둘째는 청년 정치인의 정치적 기회 구조의 불평등과 기득권 정치의 청년층 배제라는 인식의 문제에 있다. 헌법 규정에 대통령 출마는 만 40세가 되어야 하고, 여의도 정치 지형이 노쇠구도에 얽혀 청년 정치가 설 자리가 없다. 2016년 총선 20대 국회에서 당선된 40세 미만 국회의원은 3명으로 총원의 1%, 그것도 지역구는 단 1명이다. 올 6월 실시된 지방선거 737명의 시·도 의회의원 선거 당선자 가운데 40세 미만은 단 33명, 2541명을 뽑은 구·시·군 의회의원 선거에선 155명에 그치고 있다. 옥스퍼드 사전이 ‘2017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던 ‘유스퀘이크’(youthquake)는 ‘젊음’(youth)과 ‘지진’(earthquake)의 합성어다. 젊은이들의 생각과 행동에 바탕을 둔 신선한 반란과 영향력이 정치지형을 바꾸는 등 정치지진을 일으키고 있음을 상징하는 말이다. 집권당인 보수당의 압승이 예상됐던 지난해 6월 영국 총선, 하지만 젊은층의 반란에 보수당이 무너졌다. 프랑스는 최초 30대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선에서 승리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 30대 총리는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아일랜드와 우크라이나에서도 나왔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들 나라의 30대, 40대는 늙은 정치가 흉내 낼 수 없는 자유롭고 실용적인 노선을 추구했고, 과거 정당 정치에도 집착하지 않았다. 유연한 정치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보면 현 정부의 딜레마인 고용절벽이 직전(直前)정부가 아니라, 전전(前前) 정부의 탓이라는 여당 대표의 주장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하는 문제가 남는다. 그건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이들 나라 30, 40대 정치의 출현을 주의 깊게 봐야 할 이유 하나는 모든 게 바뀌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정치적 신념을 실천하는 데 나이라는 잣대로만 재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젊은이들의 반란이 필요하다. 취업난, 저출산과 같은 문제에 제시되는 해결책들을 보면 젊은이의 간절함에서 보면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면 늙은 정치에서 파생된 측면이 없지 않다.



젊은이들, 상실감을 줄여 주어야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상실감을 줄여 주어야 하고, 국가 존속과 관련된 인구문제 지금처럼 겉돌게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일본과 같은 사회의 노쇠성은 경계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젊은 정치인을 제도적으로 키우고, 기득권 정치인들이 풀지 못한 문제는 그들에게 넘겨야한다.
 
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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