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구월
코스모스 구월
  • 경남일보
  • 승인 2018.09.02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재모(전 경남도보 편집실장)
정재모

바야흐로 코스모스 꽃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꽃잎이 파란 하늘 아래 선명하다. 빨강 보라 하양 진분홍 연분홍….

요즘 지인들이 보내오는 동영상의 대세도 코스모스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코스모스 길을 걷다 보면 저도 모르게 코스모스 노래를 흥얼대고 있다.

초여름부터 눈에 더러 띄지만 누가 뭐래도 코스모스는 구월의 꽃이다. 완행열차 멈춰 서던 간이역 철로변에 코스모스가 한바탕 춤 잔치를 벌일 즈음에야 비로소 오는 게 구월 아닌가.

코스모스 꽃을 아부시고 마침내 구월이 왔다. 지난여름 더위와 싸운 이들에게 가을이 자비처럼 다가온 거다. 태풍과 호우를 겪게 한 데 대해 미안한 하늘이 보낸 위안이며 보상일 게다. 이 반가운 계절 들머리에 시방 코스모스가 지천이다.

건들마에 나울거리는 꽃밭을 한번 그윽이 관조할 일이다. 은하처럼 꽃 자욱한 밭을 보고 있노라면 꽃 이름이 참 그럴듯하다. 코스모스(cosmos)는 본디 ‘질서 있는 시스템으로서의 우주’라는 뜻이라고 한다.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코스모스 군락은 마치 정원사의 가위가 스친 것처럼 키가 고르다. 제멋대로들 간들거리는 품새 또한 조화롭다. 분방해서 아름답고 가지런해서 더 예쁜 꽃. 미국 물리학자 칼 세이건이 저서 ‘코스모스’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 한 치 오차 없는 우주의 질서’라고 한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꽃이다.

코스모스는 신이 만든 꽃 중에서 가장 먼젓것이라고 한다. 백화의 맏이라는 얘기다. 처음 이리저리 빚어대다 보니 종류도 많고 색상도 다양해진 것이라는 풀이도 재치 있다.

꽃말은 순정, 순우리말로는 ‘살사리꽃’이다. 가벼운 바람결에 더 가볍게 살랑대는 자태에서 얻은 이름이리라. 깃털처럼 가벼운 꽃잎에서 문득 또 한번의 여름을 넘기며 가벼워져 버린 사람의 몸뚱이를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중략) …가벼워지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 가벼운 만큼 가벼이/ 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 기억을 주는 사람아/ 기억을 주는 사람아/ 여름으로 긴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아// 바람결처럼 물결처럼/ 여름을 감도는 사람아/ 세상사 떠나는 거/ 비치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은 온다.’-구월 조병화-

코스모스 현란한 하늘이 높아 간다. 전국적 명성의 하동 북천 코스모스 메밀꽃축제가 올해는 언제일까. 지금쯤 하마 흐무러지게 피었겠지. 아, 질서의 꽃, 무리가 조화롭게 춤추는 코스모스 꽃 바다에 풍덩 몸 던지고 싶은 구월이 열렸다!

 

정재모(전 경남도보 편집실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