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대학은 도시의 성장 엔진이다”
[아침논단] “대학은 도시의 성장 엔진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09.0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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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이상경
 
8월 2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국가균형발전과 국·공립대학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와 국회 교육위원회 서영교 의원, 국토교통위원회 안호영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였다. 이 자리에서는 말 그대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국공립대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새겨들을 혜안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 이 주제는 어제오늘 제기된 게 아니다. 참여정부 때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5년간 1조 2400억 원을 투입한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NURI)’에서부터 십수년째 회자되는 해묵은 과제인 것이다.

필자는 이 포럼을 경청하면서 중국 시안시(西安市)와 경상대가 위치한 진주시를 떠올렸다. 최근 한 신문의 보도가 잊히지 않은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대학이 살린 도시, 현장을 가다’라는 기획기사를 여러 차례 보도했는데 그중 시안시의 사례가 더욱 눈에 띄었다. 시안시는 주나라를 포함해 진, 한, 당 등 13개 왕조가 1100여 년 동안 수도로 삼으면서 ‘도시 전체가 지하 박물관’이라 할 정도로 유적이 풍부하다. 진주시도 찬란한 가야문화의 중심지로서 시안시 못지 않은 고도(古都)이다.

시안시는 중앙정부와 시안 자오퉁대학(交通大學)과의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첨단 산학단지인 ‘시안 커지촹신강(科技創新港)’을 건설하고 있다고 한다. 333만㎡에 달하는 이 공간에서는 교육과 연구는 물론 산학협력, 벤처 창업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산학연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지역발전의 중심이 될 경남 혁신도시가 들어섰고 앞으로 50년 이상 지역경제를 이끌어갈 항공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될 진주시와 닮은 점이 아주 많다. 혁신도시와 항공산단의 조성에 경상대의 역할이 컸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시안시는 ‘대학을 키워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대학은 지역을 토대로 성장한다’, ‘사회와 학교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다양한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뿐만 아니라 시안 소재 대학이 병마용 등 문화유산을 보존·관리·연구하고 졸업 후에는 바로 취업이 되는 문화유산보호과 등 지역 특성에 맞는 학과를 세워 인재유출을 막는다. 경남도와 진주시 등의 지자체도 경상대를 비롯해 지역대학을 키워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지, 대학들은 지역을 토대로 성장하는지 되돌아본다. 많은 부분에서는 시안시에 견줄 만큼 관-학 상생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대학과 지자체 모두 서로 먼저 손을 내밀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회 포럼에서도 ‘국립대학의 육성정책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조해야 한다. 먼저 지방자치단체의 국립대 재정지원 확대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지역발전과 혁신에 핵심 역할을 하는 국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은 중앙정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은 사업 베이스로 이뤄지고 있고 그 지원규모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대학과 도시가 협력하여 상생발전을 모색한다는 의미를 지닌 새로운 낱말인 ‘Univer+City’가 널리 쓰이고 있다. 이 말을 창안해낸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 측은 유니버+시티가 가능하려면 의식, 리더십, 예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과 리더십이겠지만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사상누각이 되고 말 것이다. 지방분권ㆍ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어느 때보다 높은 현 정부에서, 혁신도시 이전 공기업 덕분에 세수가 크게 늘어난 진주시와 진주지역 대학들에 호기가 찾아왔다.

우리는 시안시의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부러워하고만 있을 겨를이 없다. 진주시의 자매결연 도시 시안시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대학 없는 지역발전 전략이나 정책이 불가능해진 시대에 들어와 있다’는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의 말을 곱씹어보면 밝은 길이 보일 것이다. 도시의 성장 엔진이라고 하는 대학에 기름을 공급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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