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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복의 세계 오지탐험<7>에콰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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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2  21: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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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리마 공항에서 3시간 안 걸려 도착한 에콰도르의 키토 공항은 밤 10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마중을 나온 사람들로 분주하다. 한국의 공항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아담하고 깔끔하게 지여져 있다. 서둘러 숙소를 정하고 들뜬 마음에 혼자 시내로 나가려고 하니 이 시간에 혼자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호텔경비원이 말한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 정열적인 남미 사람들의 기질 탓인지, 술에 취해 서로 부딪치고 시비가 붙은 탓인지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도 들리고 경찰들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혼자 다니기엔 위험하고 소매치기도 많다는 이야기를 오래전 남미에 왔을 때도 들었고, 여행제한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국가인지라 나름 걱정되는 점도 없진 않았다. 경찰들이 자주 보이는 걸 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혼자서 신나게 키토 시내 구경을 하고 호텔로 돌아가려고 택시를 잡을까 하다가 가까운 거리라 그냥 걸어가기로 결정하고 발걸음을 옮기던 순간이었다. 혼자 있을 땐 될 수 있으면 큰 길로 다니라는 말을 들은 터라 막 큰 길로 나서려고 하는데 양 옆으로 흑인 두 명이 따라 붙었다. 뒤쪽에도 한 명이 따라 붙었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왼쪽에 있는 덩치 큰 한 명이 “Amigo”(친구)라며 내 목에 팔을 걸쳐 어깨동무를 했다. 코끝으로 알코올 냄새가 확 풍겼다. ‘아뿔사! 이 녀석들 위험하구나!’ 조금 전 식당 앞에서 건들거리며 서 있던 녀석들인데 나를 힐끗 쳐다보는 모습이 심상치 않은 듯 했다. 한 명이 가던 길을 막아서고 또 한 명은 망을 보듯 두리번거리는 것이 여차하면 흉기라도 꺼내들 모양새다. 순간 많은 생각들이 오고갔다.

“Amigo, 내가 숙소에 짐을 다 두고 와서 지금 가지고 있는 건 이것 밖에 없다. 이 캠코더를 줄테니 그냥 나를 보내 달라“ 내가 순순히 물건을 내어 놓으니 녀석들도 더 욕심이 없는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냉큼 받아들고는 돌아서 가버렸다. 긴장이 풀리며 힘이 쭉 빠졌다. 호텔로 터벅터벅 돌아오며 생각해 보니 몸 하나 다치고 않고 이만한 게 다행이다 싶었다. 이렇게 에콰도르에서의 잊지못할 첫날밤을 맞이했다.

에콰도르는 스페인어로 적도를 뜻한다. 남미 북서부에 자리하고 있는 에콰도르는 그 이름처럼 적도에 위치하고 있다. 한반도의 1.5배가 조금 못되는 작은 나라이지만 바다를 접하고 있고 높은 안데스 산맥과 정글이 있으며 특히 찰스 다윈 때문에 유명해진 태평양 위에 떠 있는 갈라파고스 군도를 가진 나라이다. 에콰도르도 여타 남미국가들과 마찬가지로 300년의 식민 피지배 기간을 거쳐 독립한 나라다. 지금의 에콰도르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물가가 올라서 서민들의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고 정부의 부정과 부패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는 스페인의 식민지를 거친 국가이기에 유럽의 건축 양식을 그대로 옮겨 놓은 대성당과 국회의사당, 구시가지는 전형적인 스페인의 식민 도시와 같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사람들이다. 다른 남미 국가에 비해 원주민의 비율이 높은 이곳에서 거리 곳곳에서 전통 복장을 입고 고유 언어인 케추아어로 이야기하는 원주민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거리로 행상을 나오는 원주민들의 모습에선 고단함이 묻어난다.

다음날 키토의 아침이 밝아오고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분주하지만 지난 밤 강도사건으로 너무 놀란 탓인지 밤새 잠 못 이뤄 몸이 천근만근이다. 어젯밤 호텔로 돌아와서 캠코더를 찾기 위해 호텔 매니저에게 짧은 영어와 바디랭귀지를 섞어 사정을 얘기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캠코더와 함께 빼앗긴 저장된 영상들은 꼭 찾고 싶었다. 페루를 거쳐 에콰도르로 입국하는 여정이 담겨 있어 소중한 자료이다. 택시를 타고 물어물어 한인 교회를 찾아가 목사님께 사정 설명을 하니 옆에서 듣던 분이 선뜻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게다가 본인의 집으로 초대하며 이번 중남미를 여행하는 모든 일정에 큰 도움을 주셨으니 인생이란게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경찰서에 가서 사건 신고를 하고, 키토 시내의 예술학교에 들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건물 중앙에 마련된 조그만 광장에는 학생들이 모여 연습을 하고 있었다. 2년제 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이 학교는 거의 모든 장르의 기예를 배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대학교처럼 클래식 음악, 미술 등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마치 서커스 에서나 볼 수 있는 기예를 연습하기도 한다. 저녁 무렵이 되자 대통령궁 앞 광장에서는 공연 무대가 펼쳐졌다. 일반적인 판토마임과 달리 꼭두각시의 비애를 표정과 몸짓만으로 표현하는데 실력이 정말 대단했다.

이곳 원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오타발로다. 인디헤나의 도시로 수많은 인디헤나들이 그들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전통복장을 하고 스페인어가 아닌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이지역의 인디헤나들은 대부분 스페인어와 함께 자신들의 언어인 키추아어를 사용한다. 키토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으로 안데스 산맥과 아름다운 호수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주말에 열리는 가축시장이 유명한 곳이다. 인디오들의 공예품을 비롯하여 다양한 물건을 파는 시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시장이 주말에만 서기 때문에 토요일에 미리 가서 근처에서 자고 새벽 5시에 가축시장으로 찾아갔다. 이른 시간인데도 시장은 벌써 야단법석이다. 인디오 재래시장이다 보니 전통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많고 길 전체가 사람과 가축으로 바글바글하다.
   
 

동물 시장이라는 것을 알리는 어떤 표지판도 찾아볼 수 없지만 가축으로 키울 수 있는 동물이면 모두 다 거래가 되는 것 같다. 소, 돼지, 염소, 양, 말, 토끼, 닭, 오리 심지어 에콰도르 사람들이 식용으로 먹는 기니피그까지 거래가 된다. 팔려가는 신세를 아는지 동물들의 울음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에 넋이 나갈 정도다. 집에서 키우는 가축들을 거래하다 보니 줄로 묶어서 끌고 온 동물들의 숫자도 한정되어 있다. 시장 한 쪽에는 먹을거리를 파는 곳도 있다. 동물시장에서 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출출해 지기 마련. 숯불에 구운 갖가지 바비큐 요리가 눈길을 끌지만 가장 인기가 있는 메뉴는 돼지를 푹 고운 스프로 우리나라의 곰국과 비슷한 음식이다. 돼지를 고운 곰탕에 파, 감자, 옥수수를 넣어서 국물 맛이 진국이다. 마음씨 좋은 인디오는 더 달라는 말에 돈도 더 받지 않고 두 세 그릇은 그냥 퍼준다.

안데스 산맥을 배경으로 하는 오타발로의 동물 시장은 그 위치만으로도 참 멋있는 곳이다. 게다가 남미 최대의 인디오 재래시장이다 보니 정말 사람들이 사는 모습 그대로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에콰도르에서의 첫 인상은 비록 좋지 않았지만 삶에 충실한 에콰도르의 사람들을 보면서 이들이 에콰도르의 참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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