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진의 귀농인 편지 [6]시골에 대한 편견 1
조동진의 귀농인 편지 [6]시골에 대한 편견 1
  • 경남일보
  • 승인 2018.09.0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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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장에선 근사한 연주회도 공짜로 즐길 수 있다.


첫째, 시골은 도시에 비해 의료환경이 열악하다?

사람이 아픈 상태를 질병(疾病)이라하고 이는 질환과 병환이 합쳐져 부르는 것이다. 여기서 질환(疾患)은 화살(矢)을 맞고 아파서 침상에 누워 있다는 것인데 이는 외부에서의 자극으로 병이 생긴 것이다. 상처는 소독하거나 꿰매어 치료하면 되고 외부에서 침입한 균에 의해 발병한 것은 항생제를 먹으면 낫게 된다. 이는 동네병원 뿐만 아니라 시골병원에서도 대부분 고치는 것들이다.

특히 이 정도의 질환은 보건소에 가도 충분히 치료가 된다. 우리나라의 보건소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 아닌가. 문제는 질환(病患)이다.

내(內)에서 보듯이 내 몸 내부에서 발병한 것이 질환(病患)이다. 따라서 병환은 전염되지 않는다. 스트레스로 인한 암이나 섭생의 잘못으로 겪게 되는 당뇨, 고혈압 그리고 신경성 자가 붙은 많은 병들, 면역력 약화로 인한 알레르기들. 이러한 모든 병들은 내가 만든 병이기에 큰 병원에서도 근본치료를 하지 못한다. 따라서 병환은 올바른 섭생을 통하여 면역력을 길러 스스로 치유해야 한다.

시골과 도시를 비교해 볼 때 어느 곳이 면역력을 기르기에 좋은 환경일까. 공기, 먹을거리, 스트레스 이 모든 요소들을 생각하면 명약관화하게 시골이 정답이다. 중금속으로 오염된 매연 대신 솔밭 사이로 불어오는 공기를 마시고, 텃밭에서 내가 손수 반찬거리를 만들어 먹고, 금은화 향기 맡으며 여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다면 내 몸의 병들은 어느새 사라질 것이다. 특히 미래의학의 화두는 치료의학이 아니라 예방의학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정부에서는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사실 시골에서의 의료서비스에 제일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뇌졸중 같은 골든타임 확보하기였다. 따라서 앞으로의 예방의학 시스템이 구축되면 혈관성 질환도 사전에 대비가 될 것이다. 좋은 의사를 가까이 두겠다고 도시에서 병을 달고 사는 것보다 내 몸이 건강하여 병원에 갈 필요가 없이 사는 것이 좋은 것 아니겠는가.

뇌졸중이 발생하면 아무리 신속하게 좋은 병원에 가더라도 휴유증은 발생한다. 그러므로 뇌졸중이 걸리지 않겠끔 사는 것이 최선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송곳으로 손등을 찌르고 있으면 아프다. 이때 통증을 없애려면 송곳을 떼어내는 게 옳은지 송곳은 그대로 둔 채 진통제를 먹고 통증을 없애는 게 옳은지 물으면 누구나 송곳을 떼어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의 우리는 병의 근본치료는 하지 않고 증상만 치료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소위 병원에서 하는 대증요법이다. 건강의 근본은 면역력이다. 면역력을 유지하는 데 최고로 좋은 시설은 자연이다. 따라서 진정한 명의는 나 자신이고 최고의 병원은 자연이다.

 


둘째, 시골은 문화컨텐츠가 부족하여 심심하다?

물론 시골엔 도시처럼 좋은 시설의 공연장도 없고 이름난 공연의 기회도 적다.

그러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가 그 시설을 이용하고 공연을 즐기며 사는가. 어지간한 공연의 제일 싼 입장권도 7만원 선이다. 4인 가족이 공연을 보러가면 입장료만 28만원이 소요되고 나간 김에 외식이라도 할라치면 근 40만원이 소요된다. 또한 7만원짜리 좌석에 앉은 입장에서는 13만원짜리 좌석을 바라보며 상대적 박탈감도 느낄 것이다.

결국 가족끼리 어렵게 예매해서 공연을 보고 오면 마음이 정화되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피곤하고 짜증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문화생활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올바른 문화생활이란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요즘의 시골은 축제가 넘쳐난다. 축제 때마다 연예인들을 부른다. 이전엔 삼류가수들을 불렀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려졌다. 지상파에는 아이돌이나 걸그룹이 아니면 대접을 못 받는다. 따라서 7080, 아니 8090의 가수들은 공연의 기회가 줄어들어 지방의 무대까지 오게 된다.

귀농귀촌을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년이다. 중년들에게 익숙한 반가운 가수들이 오는 것이다. 시골의 공연은 당연히 무료이다. 예약도 필요 없고 남 눈치 볼 것도 없다. 대부분의 공연장은 축제장이어서 약간의 다과나 술도 준비해 놓는다. 술 한잔 먹으며 공연을 감상하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 귀촌 마을에선 축제가 콘서트다. 음악도 즐기고 맥주 한잔의 여유도 즐기니 도시 부럽지 않은 문화생활이 된다.

공짜 공연에다가 공짜 술에다 이런 횡재가 어디 있겠는가. 당연히 공연이 끝난 후 돌아오는 길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어지간한 공연을 봐도 마음이 흥분되진 않는다. 따라서 내 맘이 설레고 흥이 날려면 내가 공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내가 무대에 올라가 공연을 해야 만이 진정한 문화생활을 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시골에서는 다들 시간이 많다 보니 여러가지를 배우게 된다.

이웃이 배우고, 만나서 대화를 하면 다들 취미 이야기를 하니까 나도 뭔가를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근데 일단 뭔가를 배우게 되면 자연스레 무대에 올라가게 되어 있다.

수강료는 무료지만 강사비는 관에서 지급하니 관에 증거를 보이려면 공연을 하고 사진을 찍어 보여주어야 다음 학기에도 개설이 되니 무조건 공연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남 앞에 설 정도의 실력이 되지 않아서 쑥스럽고 주저되지만 다들 그런 정도의 실력이니 실수를 두려워 않고 실수를 즐기며 공연을 하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문화생활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 외에도 인기영화는 종영된 후 조금만 지나면 지자체에서 무료 상영도 해 주고 산사음악회는 갈수록 수준이 높아진다. 삼삼오오 만나면 즉석에서 작은 음악회가 펼쳐지는 시골의 문화생활. 심심하고 무료할 틈이 없는 것이 시골생활이다.

강둑을 스쳐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벼이삭의 춤사위나 봄밤을 울리는 소쩍새의 노래, 여름밤 반딧불이의 군무만한 공연이 또한 어딨겠는가.



 
시골이라고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할 것도 없다. 어울려 노래한자락씩 하는 일이 공연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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