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경일포럼]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 경남일보
  • 승인 2018.09.0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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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국립경남과기대 교수)
논어(論語) 학이(學而)편에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고 했다. 잘못하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어떤 일에 있어서 그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잘못을 직면할 용기 없이 더 안 좋은 상황과 비교만 하여 잘못을 미화하려 한다면, 그 집단에게 미래란 없다. 잘못된 집단사고는 마약과 같다고 한다. 내부 논리에 포획되면 주변에서 자신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망각한 채 착시와 오만에 빠지게 된다는 말일게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부실한 결과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이러한 원인의 진단과 제도의 개선보다 더 중요한 건 인적 책임을 지는 고민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분위기 쇄신은 심리라고 했다.

잘못된 결과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지는 건 조직 사회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부실한 결과에 대한 원인과 책임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조직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 하지만 특정한 자리에 있는 자의 지위에 따른 책임은 이보다 더 막중하다는 것 또한 자명하다. 조직과 구성원이 입혀 준 옷은 일정한 경우에는 스스로 그 옷을 벗어 돌려 줄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게 조직의 기본적인 생리다. 그러나 조직 사회는 권력 구조가 존재하기에 그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일이 적지 않다. 그리하여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 알고 있음에도 차마 말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그 조직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눈 감고도 알 수 있으리라. 모순된 틈바구니에서 공포심을 먹고 사는 ‘불순함’이 같은 편에겐 선별적으로 시혜를 베풀고 상대편에겐 불이익을 주거나 폭로 내지 협박과 같은 수준 이하의 ‘다른 수단’으로 몰고 가는 바람에, 모두가 알면서도 눈 감고 귀 막고 입 닫았던 회피와 묵인의 지난 일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그 조직의 악습이 되고 부끄러운 문화가 될 수도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반대자의 목소리를 불편해 하고 그들의 입을 침묵시키고 싶어 하는 건 권력의 속성이라고 한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착각하고 구성원이 빌려준 권한을 특권인 걸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무슨 사태가 발생했을 때 ‘스스로’ 지위에 따른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또한 무슨 일을 추진할 때는 ‘제대로 된’ 실질적 절차를 밟아 나가 주어야 한다. 구성원간의 신뢰를 쌓는 곳은 “결과가 아니라 바로 그 과정”이고 “독단이 만든 선한 체제보다는 지루한 합의를 거친 다소 미진한 개혁이 오히려 더 낫다”는 말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더 큰 것이다. 국립대학의 통합도 마찬가지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변화는 피할 수도, 더 늦출 수도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에 대비한답시고 자칫 서두르다 보면 구성원의 공감대 형성 과정에서 절차의 공정성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무릇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방향과 속도’가 중요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디테일’이 필수다. 뭔가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는 멈출 줄 아는 지혜도 중요하다. 교육부 장관이 교체되었고 새로 지명된 교육부 장관은 “교육정책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하니 국립대학의 통합정책에 대한 교육부의 큰 그림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보는 건 어떨까. 설사 정부 차원의 큰 그림이 끝끝내 발표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작지만 강한 지방국립대학, 이 또한 괜찮지 않은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스스로도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줄이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건 분명하더라도 국립대학은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국가기관이 아닌가. 혁신도시가 소재하는 지역으로선 오히려 다다익선이 아닌가.
 
윤창술 (국립경남과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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