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여주의 쓴맛은 ‘건강한 맛’
[농업이야기]여주의 쓴맛은 ‘건강한 맛’
  • 경남일보
  • 승인 2018.08.2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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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열(경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농업연구사)
오주열

지구 온난화는 자연 생태계는 물론이고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업부분에서도 기온이 상승하면 농작물의 재배 적지가 바뀔 뿐 아니라, 수량감소, 품질저하, 새로운 병해충의 발생 등의 피해가 나타날 수 있지만 기존에는 재배가 어려웠던 새로운 품목의 재배가 가능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새로운 품목들 중 최근 웰빙, 건강, 안정 등 소비트렌드의 변화와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먹거리 문화와 결합하면서 열대, 또는 아열대 채소와 과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중 망고, 바나나, 패션프루트, 구아바, 아보카도 등 과일류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고 있고, 여주, 오크라, 인디언 시금치, 아티초크, 차요테 등과 같은 채소류도 일부 재배는 되고 있지만 아직 큰 인기를 실감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 과일에 비해 채소류는 가공이나 요리를 하지 않으면 먹기 힘들고, 이들이 가지는 독특한 모양, 맛, 향이 우리나라의 식문화와 많이 다른 특성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열대 채소 중 여주는 국내 도입되어 재배되기 시작한지 10년 정도 되었고, 제주에서 강원도까지 재배되는 열대 채소 작물로 보급 면적이 가장 넓다. 특히 경남 함양지역은 국내에서 여주를 처음 도입하여 재배, 생산, 상품화까지 일관화를 이끌어내면서 특화작목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또한 여주 관광축제 개최 등 여주에 대한 대중적 홍보를 통한 항노화산업화, 6차산업화를 위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여주는 오래 전부터 주로 관상용으로 이용해 왔으나, 중국이나 인도 등의 전통의학에서는 위염, 변비, 구충, 류머티즘을 치료하는 중요한 약재로 이용되었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지역에서는 기능성 채소로 볶음요리, 샐러드, 피클 등의 재료로서 요리에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 일본, 유럽, 미국 등지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기능성 식품으로 개발, 가공되어 소비자와 접하고 있다.

여주는 미숙과일의 쓴 맛 때문에 쓴오이라고도 하며 비타민C, 칼륨, 철분 등 미네랄이 풍부하다. 여주 과실 한 개에는 레몬 3개에 해당하는 풍부한 비타민C가 포함되어 있는데, 보통의 비타민C는 열에 약하지만, 여주의 경우 볶아도 거의 파괴되거나 변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주의 쓴맛에는 많은 기능성 성분이 포함 되어 있다. 세란틴(charantin)이라는 성분은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혈당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며, 암의 진전을 억제하는 모모르카로사이드(momorcharoside), 유해 활성산소 발생을 억제하는 페놀화합물 등 인체 신진대사를 활성화시켜주는 유용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여주의 기능성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은 생과를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건조하여 차나 환, 분말 등으로 단순 가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여주의 쓴맛을 줄이는 가공식품 개발과, 국내 식문화와 조화된 다양한 요리 방법, 국민 식생활의 변화에 따른 식재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주에 대한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연구와 기술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여주 기능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모인다면, 건강채소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오주열(경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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