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도 구축 위한 세미나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도 구축 위한 세미나
  • 박철홍
  • 승인 2018.09.0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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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GS, 효성 등 국내 대표적인 기업들의 창업주를 배출한 진주시에서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도 구축을 위한 세미나가 5일 열렸다.

시청 시민홀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는 ‘남명사상과 대한민국 기업가 정신’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기업가 정신의 뿌리를 널리 알리고 우수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기업인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참석한 학자들은 국내 기업가들의 사상적 근원으로 유학의 중심인물인 남명 조식선생의 경의사상(敬義思想)을 지목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허권수 경상대 교수는 ‘남명 조식선생의 경의사상과 경남의 유가기업’이란 주제를 통해 서부경남 출향기업인들 중에서 삼성, LG, GS, 효성 등 많은 가문이 유학자 집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상호 경상대 교수는 ‘삼성 이병철 회장의 가문과 기업가정신’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병철 삼성 회장의 기업가 정신인 합리추구, 인재제일주의, 사업보국 등 3대 정신이 충(忠)과 의(義)를 중시하고 재산을 의롭게 사용해야 한다는 지역적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수초등학교 총동창회 이충도 사무총장은 지수초등학교 출신들 중에서 우수한 기업인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공헌한 내용을 알렸다.

이어 열린 토론회에서 조영삼 경상대 교수는 남명사상이 서부경남의 기업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 지 설명했다.

박영근 창원대 교수는 삼성 이병철 회장의 기업가정신에 대해 밝혔다. 이재달 한국국제대 교수는 현재 폐교가 된 옛 지수초등학교를 활용해 기업가정신 관련 팸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허남응 경상대 교수는 GS, LG 가문의 역사와 기업가정신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진주시와 매일경제신문, 서경방송이 주최하고 한국경영학회, 경상대 경영경제연구소 등이 주관했다.

앞서 한국경영학회는 지난 7월 10일 삼성, LG, GS, LS, 효성 등 글로벌 기업 창업주들을 배출한 진주를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의 수도’로 선포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의 일원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훌륭한 기업가정신을 가진 기업인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어야하며 기업가정신을 연구하고 널리 알릴 것을 선언했다.

 

 

남명 조식선생의 경의사상과 경남의 유가기업
허권수(동방한학연구소장·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얼핏 생각하면 유교와 기업경영은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유교와 기업경영은 오래전부터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1960년 이후 1990년까지 매년 경제성장률 10%대를 지속하며 신속하게 경제개발을 이룬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이 발전한 데는 유교문화의 힘이 바탕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다. 유교의 가족주의, 가부장의 권위, 높은 교육열, 공동체 의식, 윤리도덕을 중시하는 사회의식, 유교문화의 동질감 등 유교문화가 서양 자본주의와 결합하면서 아시아의 경제발전과 산업화를 이뤄냈다고 보고 있다.

경남이 낳은 대학자 남명(1501~1572)은 다른 유학자들과는 달리 학문적 범위가 성리학이나 주자학에만 국한되지 않고, 천문, 지리, 병법, 수학, 의약 등 현실적인 학문에 두루 관심을 가졌다. 평생 국가민족의 현실 문제에 관심을 갖고 국왕이나 관리들이 잘못하면 강직한 상소를 하여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
남명의 학문과 사상이 바탕이 되어 서부경남에는 경의사상을 바탕으로 의리를 숭상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경남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는 알게 모르게 이런 정신이 베어들어 있다. 서부 경남에서 전국적인 대기업의 창업주들이 많이 나왔는데 대부분 그들은 유림집안의 후손들인데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남명과 관계가 있다.
남명사상의 핵심인 경의사상을 현대사회에서 기업경영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경(敬)’은 다급할 때 자기의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마음의 힘이다. 다른 의미로는 일을 구차하게 처리하지 말라고 자신을 단속하는 힘이다. ‘의(義)’는 이런 마음을 실천에 옮기는 힘이다. ‘敬’만으로는 실천할 힘이 없고, ‘義’만으로는 실천할 기준이 없는 것이 되므로 경과 의가 잘 조화되어야만 효과가 나올 수 있다.
‘하나의 敬이 모든 사악함을 이긴다(一敬勝百邪)’는 말이 있다. 마음을 敬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곧 고도의 집중이고 몰입이다. 유교의 덕목인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도 먼저 敬이 된 바탕 위에서 옳게 작동한다. 仁은 곧 다른 사람이나 주변 환경에 대한 인격적 배려이다. 義는 정의의 실천이다. 예는 규정준수, 품위 유지다. 智는 적응능력, 대처능력이다. 信은 신용도이다.
이 다섯 가지 가운데 한 가지만 빠져도 정상적인 기업경영이 되기 어렵다. LG나 GS는 유교의 이 다섯 가지 덕목을 비교적 충실히 지키면서 기업을 경영하는 그룹으로 볼 수 있다. 다른 대기업들은 ‘부자지난(父子之亂)’, ‘형제지난(兄弟之亂)’을 일으켜 국민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만들었다. LG그룹은 1947년부터 구씨와 허씨가 동업을 하다가 57년만인 2005년 LG에서 허씨들이 GS로 분리되어 나갈 때 단 한 건의 갈등이나 잡음이 없었다. 다른 기업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하다.

 

 

삼성 이병철 회장의 가문과 기업가정신
이상호(경상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이병철 삼성 회장이 태어나서 자란 의령군은 충(忠)과 의(義)를 중시하는 곳이다. 이 회장의 정신적 자양분이 된 곳이기도 하다.
이 회장의 본관은 경주이며 호는 호암(湖巖)이다.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이찬우와 어머니 권재림의 2남 2녀 중 막내이다. 16대조가 연산군 때 사화를 피해 이곳으로 낙향한 이후 대대로 이곳에 터전을 이루며 살았다고 한다. 6대조가 정3품인 통정대부 품계를 받는 등 유학자 집안이며, 천석지기 농토를 소유한 대지주 집안이었다.
이병철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준 의령 출신의 대표적 인물로는 곽재우 장군, 백산 안희제 선생 등을 들 수 있다. 이 회장이 태어난 의령 정곡면과 곽재우 장군이 태어난 의령 유곡면 세간리, 백산 안희제 선생이 태어난 의령 부림면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병철 회장 또한 충(忠)과 의(義)를 중시하고 재산을 의롭게 사용해야 한다는 지역적 정서를 어릴 적부터 배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회장의 기업가 정신은 크게 3가지로 들 수 있다. 이치에 부합되는 이익을 추구하려는 ‘합리 추구’, 기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재를 적극 발굴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인재제일주의’, 기업의 이윤을 사회로 환원하여 국가 발전에 기여하려는 ‘사업보국’ 이 그것이다.
이병철의 기업가 정신은 지역적 정서, 가풍(家風)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 아들 이건희는 1993년 이병철 회장의 인재제일·합리 추구·사업보국으로 상징되는 기업가 정신을 창업 이념으로 명명하고, 새로운 경영 이념으로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라고 천명했다.
기업가가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면 구성원을 선발하는 안목과 수시로 변화하는 상황에 제 때 대처할 수 있는 판단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병철 회장의 인재를 중시하고 합리를 추구하는 정신은 오늘날 기업인들이 본받아야 할 경영에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기업가의 경영 철학과 수신(修身)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으면 갑질을 행사할 수 있고, 기업의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병철 회장이 중시했던 사업 보국의 기업가 정신은 재조명되어야 한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지만 그 이윤을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존경받는 기업인은 합리적인 사고와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시의적절하게 배치하여 이윤을 창출하고, 창출된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잊지 않는다. 재산을 축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위해 잘 베푸는 것도 기업인 갖추어야 할 덕목인 것이다. 이 같은 기업인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품격 있는 사회,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진주 지수면 승산리의 역사와 지수초등학교 기업인
이충도(지수초등학교총동창회 사무총장)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의 산실인 진주 지수면 승산마을은 550년 전 김해허씨가 세거한 이래 300년 전부터는 능성구씨가 이거하여 삶의 터전을 일구어 온 유서 깊은 곳이다.
실용적 실천을 주창한 남명 조식선생의 경의사상(敬義思想)에 뿌리를 둔 유학자들의 근검절약과 사람존중의 기풍이 오늘날 기업가정신을 만드는 토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지수초등학교 또한 기업가정신을 형성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지수면 승산리는 예로부터 승산동이라 불렸다. 한양에서 진주는 몰라도 승산은 안다고 할 만큼 천석꾼 부자들이 많이 사는 동네로 알려져 있다.
승산리는 대대로 부자들이 많이 살았다. 만석꾼이 2집, 천석꾼이 7집이나 되었기 때문에 그 집에서 키우는 마소 소리, 소작농들이 왕래하는 소리 등이 커서 공장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처럼 컸다고 한다. 풍족한 동네였기 때문에 골목골목마다 고소하고 맛좋은 냄새가 넘쳐 났으며 한 동네에서만 소를 잡는 집이 3~4집이나 되었다고 하니 엄청난 부를 유지하던 곳이다. 지금도 승산마을에는 안동하회 마을보다 많은 99채의 한옥이 잘 보존되고 있다.
승산마을의 역사는 김해 허씨 문중과 능성 구씨 문중과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해 허씨 문중이 550년 가까이 승산마을에 거주하였고 능성 구씨는 김해 허씨 문중과 혼맥에 따라서 310년 전에 승산 마을에 이거했다. 이들은 서로 도와주고 도움을 받는 끈끈한 유대를 선조들부터 지켜왔다.
1980년대 100대 기업인중에서 지수초등학교 출신이 33명에 달할 정도였다고 하니 대한민국 경제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일제강점기인 1921년 개교한 지수초등학교는 진주, 함안, 의령의 경계지점에 위치하고 주변지역 보다 일찍 신식 건물에서 신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관계로 의령의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과 함안의 효성그룹 조홍제 회장, 진주 승산마을의 구인회 회장이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된 계기가 되었다.
지수초등학교 출신 기업인들 중에서 대표적인 기업인과 자산규모를 보면 삼성 창업주 이병철(제1회) 399조원, LG그룹 창업주 구인회(제1회) 123조원, GS그룹 창업주 허만정 65조원, LS그룹 창업주 구태회(제12회) 21조원,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제1회) 11조원 등 이들 기업집단의 자산 총액만 620조원을 훌쩍 넘는다. 지수초등학교를 근간으로 대한민국 기업사를 대표할 5대 대기업의 창업주가 탄생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것이다.
5대 대기업 뿐만 아니라 LG그룹에서 분리된 LIG그룹, 양산에서 주방가전을 생산하는 쿠쿠홈시스, 부산에 소재한 (주)국제플랜트, 인천남동공단에 위치한 부품 전문개발 회사인 (주)고려공산, 양산과 언양에 공장을 둔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주)대성사 등 전국과 해외에서 많은 기업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박철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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