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그래도 낳아야지?
[여성칼럼]그래도 낳아야지?
  • 경남일보
  • 승인 2018.09.06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혜정(진주여성회 대표)
아이가 태어났을 때를 기억하시는가? 아이의 울음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하품이라도 할라치면 생명의 경이로움에 빠져 꾸물거리는 몸짓에 어쩔 줄 모르는 시선들. 새 생명에 대한 감동은 인간 누구나의 자연반사적인 태도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우리는 그렇게 태어났고 자라왔으며, 또 새로인 태어난 아이들을 옛 어른들 말처럼 불면 꺼질까 바람불면 날릴까 애지중지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삶을 유지해 가는 것이 다음 세대로 인류를 지속해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이를 갖게 되고 이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미래로 인해 삶이 두려움에 휩싸이고 사는 동안 아이로 인한 고통과 불행이 예측 된다면 “그래도 낳아야지”를 선택해라 할 것인가?

지난 17일 정부는 의사의 낙태수술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반발한 의사들이 임신중절 수술을 전면거부 하겠다고 하자 하루만에 행정 처분을 유예하였다. 낙태죄 반대를 외치는 여성단체 ‘비웨이브(BWAVE)’는 2016년부터 검은옷을 입고 거리에서 낙태죄 폐지를 외치고 있다. 또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작년 11월 우리나라의 하루평균 낙태수술 건수를 약 3000건으로 추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많은 낙태수술이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히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비난의 화살과 처벌의 초점은 의사와 여성에게 맞춰져 있다. 왜 불법인공 임신중절이 행해지고 있을까?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낙태는 왜 현재 진행형에 있는 것일까?

낙태를 한 나는 살인자인가? 낙태를 한 나는 범법자인가? 원치 않는 성관계로 인하여, 피임의 안전장치없이 이루어진 성관계로 인하여,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여건 등으로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상태로 인하여, 낙태를 했을 때 국가가 나서서 개인에게 책임을 물으며 잘잘못을 밝혀내고 잘못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것이 가능하게 하려면 선제조건이 필요해보인다. 그 누구든 아이를 낳았을 때, 국가가 책임지고 키울 수 있으며 경제적 어려움 없이 눈치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은 낙태를 선택했을 경우의 처벌만 있고 아이를 낳는다는 결정에 대한 어떠한 해법도 제시해주지 않고 있다. 아이를 낳다는 문제는 단지 출산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는 마을 하나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도 있지 않은가.

또한 위력에 의한 성폭력 상황에 놓이지 않으며, 아이를 원치 않으면 피임을 아주 완벽하게 잘 해야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이를 위해 서로 실천해야한다는 성교육이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여성이면 누구나 아이 낳아 기르기 좋은 사회인가? 임신과 출산, 낙태의 결정과정과 책임에서 남성은 어디 있는가?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 낳는 책임만 강조한다면 여성은 다시 낙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여성이 선택한 것은 살인이 아니라 임신중단을 선택한 것이다. 사회가 진정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발전하여 오롯이 출산이 축복이라면 참 좋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미 아이낳고 살아가는 것이 힘겨운 사회가 된 지금의 우리를 잘 헤아려본다면 낙태죄라며 몰아세울 것이 아니라 도리어 임신중단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한 여성을 안아주고 돌봐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도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존중받고 평등한 지형이 아닌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 이 시기 우리의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은 낙태죄를 폐지하는 게 답이다.
 
박혜정(진주여성회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