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장, 흙벽돌에 쌓인 세월의 조형미
건조장, 흙벽돌에 쌓인 세월의 조형미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8.09.06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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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다, 30일까지 이인학 ‘건조장이 보이는 풍경’전
경남 의령군 낙서면 내제리599-1, 이인학 건조장이 보이는 풍경.


복합문화공간 루시다에서는 9월 한 달동안 제1갤러리에서 이인학의 ‘건조장이 보이는 풍경’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는 이인학작가의 건조장 풍경 시리즈의 경남편으로 우리지역의 건조장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5일부터 전시를 시작해 오는 8일 오프닝 행사를 연다.

이인학 작가는 유년시절 특별한 의미로 남아 있던 담배 건조장에 대한 기억을 담은 작품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1950년대 우리나라 농촌 전역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담배건조장은 현재는 그 용도를 상실한 채 어려웠던 삶의 기억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유산으로 남겨져 있다. 건조한 잎담배를 정부수매하던 시절, 담배농사에는 건조장의 작업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단층의 농가건물들이 즐비한 사이에 그보다 훨씬 높았던 담배건조장이 나지막한 농촌 풍경의 이정표로 눈에 들어오던 시절이 있었다. 사방 어디서나 눈에 띄는 담배건조장의 오늘에 와서는 낯선 유물이 되었지만 담배를 건조하는 일은 한여름 무더위 속에 담뱃진 냄새를 맡아가며 담뱃잎을 따고 건조장에 매달아 며칠이고 불을 지펴야 하는 고된 노동이었지만 다른 작물에 비해 수익이 든든했던 탓에 빼놓을 수 없는 농사였다.

오늘날 용도를 다한 담배건조장은 농촌의 얕은 풍경 속에 황토벽돌로 가지런히 쌓아올린 반듯한 직사각형의 건물은 이질적인 조형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경남지역의 건조장 풍경을 소개하고 있어 옛 시절의 애환을 가진 사람들에겐 특별한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이 작가는 건조장 풍경을 대형카메라로 잡아내 섬세한 디테일에 집중해 작업했다. ‘농가 소득증대’라는 목적으로 한 시절의 가난과 노동이 어려 있는 오브제와 그 시절을 땀으로 지내온 부모 세대의 역경을 남기는 일에 기울인 작가의 노력이었다.

이 작가의 사진속 풍경은 아직도 시골길에서 발견해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프레임 속에 정지시킨 한 시절의 사연이 묻지 않은 사연들을 전해 온다.

전시는 30일까지 진행된다. 복합문화공간 루시다(www.lucida.kr)에서는 저녁 9시까지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55)759-7165

김지원기자


 
경남 진주시 미천면 벌당리199, 이인학 건조장이 보이는 풍경

 
경남 산청군 오부면 일물리, 이인학 건조장이 보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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