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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팔월의 별칭에 담긴 뜻정재모(전 경남도보편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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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9  18: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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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음력에는 월별 이칭이 많다. 어떤 달은 마흔 가지도 더 된다. 그 즈음 일기(日氣)나 산물의 특성을 포착한 비유가 태반이며 대개 시문에서 유래한다. 해서 별칭을 톺아보면 옛사람 마음을 언뜻 엿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팔월의 별칭으론 가을의 한가운데란 뜻 ‘중추(中秋·仲秋)’와 정추(正秋)가 대표적이다. 달(moon)에 의지한 이름도 여럿이다. 큰 달의 한자어 장월(壯月), 흰 달의 소월(素月), 달이 뜬 저녁 월석(月夕) 등이 있다. 완월(玩月)은 달구경하기 좋은 때란 뜻일 테다.

한편으로 시간적 달(month)을 상징하는 것들도 많다. 계수나무 꽃 피는 때라서 계월(桂月)과 계추(桂秋)로 칭했고 하늘이 높아졌다는 데서 고추(高秋) 또는 추고(秋高)라 했다. 대춧빛 붉어지는 달 조월(棗月), 기러기의 달 안월(雁月)은 사뭇 시적이다. 낙엽의 달 엽월(葉月)은 왠지 쓸쓸하고 중상(仲商)은 의아스럽다. 한자 장사 商(상)에 가을이란 의미도 있어 생긴 이름이다.

이처럼 팔월 하면 먼저 생각한 것이 높은 하늘과 유난히 밝고 큰 달이었던 듯하다. 개인적으론 팔월 별칭들 중 청추(淸秋)와 추은(秋殷)에 눈길이 간다. 전자는 ‘맑은 가을’이란 말. 하늘·달·바람이 맑다는 것이겠는데, 이 셋은 당연한 가을의 대명사라는 듯 숨겨놓은 생략이 멋있다. 뒤엣것은 중추와 같은 말이다. ‘殷(은)’자에 ‘가운데’란 훈도 있는 거다. 한데 ‘殷’은 ‘넉넉하다’ ‘정이 두텁다’라는 새김도 지녔다. 가을의 넉넉함, 또는 넉넉한 가을쯤으로 볼 수 있는 ‘추은’인 셈이다. ‘한가위만 같으라’는 옛말이 예서 나왔을까.

이런 별칭들에서 보듯 달이 맑은 계절, 가을의 중심인 팔월은 아름다운 달이다. 오곡백과 풍성한 계절이 또한 이달이다. 하지만 맑고 밝은 것이 하늘의 일에 그치고, 넉넉한 것이 들녘의 사정일 뿐이라면 별칭들을 정녕 아름답다 하긴 어렵다.

자연은 사람의 정이 닿을 때 의미가 부여된다. 열두 달 별칭엔 선인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팔월 하늘을 맑은 심성으로 보았기에 그 달이 청명했을 게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 곳곳의 ‘저들’을 ‘우리’처럼 너그럽게 보듬는 팔월일 때 이달은 진정 넉넉한 달이 될 거다. 이게 옛사람들이 팔월 별칭에 담은 뜻 아닐까.

들녘이 누렇게 변하고 하늘이 높아 가는 달, 한편으론 서민들이 추석 물가에 아우성치게 되는 음력 팔월…. 문득 이칭 몇을 더터보는 오늘이 어느덧 그 초하루다.

 

정재모(전 경남도보편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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