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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統計)가 거짓일 때이덕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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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0  20: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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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대

통계는 현재를 기록하지만 결국은 역사로 남는다. 고대 통계자료를 보면 중국은 전한말기(前漢末期)이래 호수인구수(戶數人口數)라는 기록이 남아있고 고대 로마도 인구센서스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계는 집단의 상황을 숫자로 나타낸 것으로 정책 입안하거나 효과성 등을 확인하고 지속성이나 궤도 수정 필요성 등을 검토하기 위한 수단이다. 통계는 철저한 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야함은 말할 것도 없고 이를 구성하는 숫자가 특정 이념이나 논리를 비호(庇護)하기 위해 조작되면 국가의 흥망에도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중국 청나라는 가경제(嘉慶帝) 재위 동안 백련교도의 난이나 묘족의 난 등 크고 작은 변란으로 국가가 쇠퇴의 길을 걸었고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세금을 올리면서 가난한 백성들 불만이 팽배하였다. 설상가상 기근이 계속 발생하고 부정부패에 물든 조정대신들이 국가재정 통계까지 조작함으로서 강대했던 제국을 영국이나 일본 등의 침탈에 무방비 상태로 내주고 말았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도 빅브라더가 통계조작으로 체제가 선전하는 거짓을 철저히 내면화해야 살아남는 세상을 보여준다. 조직이 원하지 않는 것을 기록하고 사유하는 것은 위중한 범죄며 국가의 반역자로 처단한다. 전체주의(全體主義)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하지 않는 국가는 전체주의 국가다. 나치 독일이나 파시즘의 무솔리니가 그랬다. 금세기 최강국 미국은 정부 차원의 통계자료를 상무부 산하 전담기관이나 기획재정부 산하 미국 통계국(US Census Bureau)에서 우리나라의 통계청과 유사하게 각종 산업통계자료를 생산하는데 실업률, 물가나 복지 등 사회전반에 걸친 수백 가지 사실자료를 바탕으로 국가의 정책 수립은 물론 연방예산을 지방정부에 분배하는 기준이 된다.

정권이 바뀌어 구(舊)정권에서 잘못된 것들을 청산해가는 과정에서 약간의 무리수나 전임자들이 억울한 부분도 있을 수 있으나 대국적인 차원에서 국가가 건강해지고 투명해지며 개인들의 삶이 윤택해지고 기회가 공정해진다면 작은 고통쯤이야 참아야 한다. 하지만 정책홍보에 도움이 되는 통계자료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일 년여 만에 자신들이 임명한 통계청장을 해임하는 것은 참으로 딱한 일이다. 통계청장에 따라 왜곡된 통계가 만들어지고 잘못된 통계를 근간으로 정권유지를 위한 정책을 강행해 국가나 민족 전체가 나락(奈落)에 떨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 국가의 통계(統計)가 곧 한 민족의 역사(歷史)다.

이덕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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