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철수작전 ‘빅토리호’ 부산시가 인수?
흥남철수작전 ‘빅토리호’ 부산시가 인수?
  • 김종환 기자
  • 승인 2018.09.13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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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호 부산시의원 인수 필요성 제기
한국전쟁 중 흥남철수작전에 쓰인 레인 빅토리호에 대한 거제시의 인수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최근 부산시 의회가 인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다시 한번 빅토리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12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 작전에 참여해 피란민 7010명의 목숨을 구한 레인 빅토리호를 부산 북항에 전시하자고 주장했다.

교육위원회 조철호 의원은 5분 자유발언에서 “한국전쟁 때 흥남항에서 거제도 장승포항으로 피란민을 태워 날랐던 레인 빅토리호를 인수해 부산 북항 역사박물관이나 해양문화·관광 공간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북항은 우리나라 최초 무역항이고 미군정 물자가 드나들었던 항구”라며 “부산시는 레인 빅토리호 인수에 적극적 나서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4∼5년 전부터 레인 빅토리호 인수를 추진해온 거제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거제시의 한 관계자는 “부산시의회의 제안이 어떤 내용인지 정확하게 파악해봐야겠지만 레인 빅토리호의 현재상황은 쉽게 인수 할 만큼 사정이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거제시의 빅토리호 인수 작업은 수면 아래로 잠복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레인 빅토리호는 한국전쟁 당시 흥남항에서 피란민 7010명을 싣고 남한으로 넘어온 이른바 흥남철수작전에 사용된 배이다.

당시 미국은 레인 빅토리호와 똑같은 배 수척을 운항했는데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포와 포탄 등 군수물자 25만t을 버리고, 대신 1만4000명의 피란민을 싣고 거제로 들어왔던 기적의 배, 메러디스 빅토리호와는 동종의 다른 배이다.

거제시는 권민호 전 시장 시절부터 흥남철수 기념공원조성사업 일환으로 레인 빅토리호 인수를 추진해왔다.

이 배가 피란민을 수송한 배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고 배의 모양과 크기, 피란민을 수송했던 임무도 매러디스 빅토리호와 같은 만큼 이를 인수해와 거제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시의 실무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샌피드로 항에 있는 레인 빅토리호 소유 선박회사와 접촉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박 측은 과거 이 배에서 근무했던 제대 군인들의 반대와 운항의 어려움을 들어 거제시의 의사를 거절하면서 인수 작업은 현실의 벽에 부딪치게 됐다.

이후 이 배가 문재인 대통령 부모가 타고 왔던 메러디스호와 동종의 배로 알려지면서 대통령 취임 후, 한때 인수논의가 진행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의회가 돌연 레인 빅토리호 인수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실제 인수가능성과 정체성 등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조철호 부산시 의원의 주장이 부산 북항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제기한다.

장소의 부적절성과 오래 전부터 빅토리호의 인수를 추진해온 거제시와 불필요한 인수 경쟁을 벌일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다.

특히 문화재계 한 관계자는 “빅토리호는 거제 장승포항이라는 장소를 떠나서는 상징성과 역사성을 갖기 어렵다”며 “통영에 있는 거북선을 부산항에 갖다 놓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흥남철수작전은 1950년 12월 중공군의 개입으로 상황이 불리해지자 국군과 미군이 함경남도 흥남에서 약 10만명의 피란민을 경남 거제로 이송한 작전을 가리킨다.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당시 25만t의 군수물자를 버리고 피란민 약 1만4000명을 태워 거제로 항해했다. 문 대통령의 부모도 이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왔다. 당시 운항했던 이 배는 이미 폐선 됐고 레인 빅토리호는 70년이 돼가면서 노후화됐고 역사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김종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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