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극진한 효도와 가족 이기주의 그 사이
'명당' 극진한 효도와 가족 이기주의 그 사이
  • 연합뉴스
  • 승인 2018.09.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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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진한 효도인가, 가족 이기주의 발현인가”

한국국학진흥원이 최근 ‘명당’을 소재로 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9월호를 펴냈다.

21세기 인터넷 세상에도 조상 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점을 반영해 명당을 둘러싼 조선 시대 선현들의 ‘가문’ 이야기를 소개했다. 명당에 집착한 것은 조선 시대부터다. 명당의 기본인 풍수지리는 본래 도읍지를 결정하거나 절터나 집터를 잡는 양택(陽宅)이 주류였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새 도읍지로 삼고 천도한 근거 역시 풍수지리다. 그러나 후대로 갈수록 조상 묏자리를 찾는 음택(陰宅) 풍수 수요가 늘어났다.

죽은 조상의 육체를 묻을 묏자리를 찾고, 묘를 관리하는 것은 조상 영혼을 모셔와 섬기는 제사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겼다. 따라서 명당을 확보하려는 욕구는 그만큼 높았다. 좋은 묏자리에 조상을 안치해 잘 관리하는 일은 곧 자손 도리를 지키고 가문 권위와 위상이 걸린 문제였다.

어떤 묏자리를 쓰느냐에 따라 가문 운명이 달라진다고도 믿었다.

좋은 묏자리를 잡는 일은 집안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버지가 아들들 묏자리를 미리 잡아주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경북 안동 김택룡(金澤龍·1547∼1627)이 남긴 ‘조성당 일기’에 따르면 김택룡은 71세이던 1617년(광해군 9년) 3월 11일 지관 이자정을 초대해 이틀 뒤 아들들과 좋은 묏자리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지관(地官)은 풍수지리설에 따라 묏자리나 집터 길흉을 판단하는 사람으로 지사(地師) 또는 풍수라고 했다. 김택룡은 미리 점찍어둔 여러 장소를 보여주고 지관 의견을 들으며 신중하게 아들 묏자리를 결정했다. 과학적으로 볼 때 좋은 묏자리를 쓰는 일이란 땅에 묻힌 조상의 유해가 자연으로 잘 돌아갈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가문의 미래란 의미를 부여하자 조선 후기에는 묘지를 둘러싼 갈등과 분쟁이 덩달아 많아졌다. 대부분 국유지인 임야는 명당을 찾아 묘를 쓰자 급속도로 개인 소유로 변했다.

사유지가 된 명당에 자기 조상 무덤을 쓰고 싶은 욕망은 급기야 다른 사람 땅에 몰래 시신을 묻는 투장(偸葬)까지 감행했다. 그러나 긴박함이나 비밀스러움으로 인해 투장 때는 봉분까지 올리는 것은 드물었다. 따라서 투장의 묘수 가운데 하나는 원래 무덤을 옮겨가며 파놓은 자리를 쓰는 것이었다.

힘들여 땅을 팔 필요가 없어 투장을 하는 사람은 손쉽게 무덤을 쓸 수 있었다. 일단 거칠게나마 흙을 덮어두기만 하면 땅 주인이라고 해도 함부로 무덤을 파헤칠 수가 없었다.

이 같은 갈등에 묏자리를 둘러싼 법정 분쟁인 산송(山訟)도 잇따랐다. 땅 주인은 관청을 찾아가 억울한 처지를 호소하고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민사사건이기 때문에 다시 이장하라는 판결이 나도 이를 집행할 강제력은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투장을 한 집안이 권력을 이용해 버티는 사례도 허다했다. 산송은 특정 집안 사이에 길게는 백 년, 이백 년이 넘도록 지루하게 지속하기도 했다. 게다가 관아와 사족(士族) 간 힘겨루기 장면도 제법 있어 이를 향쟁(鄕爭)이라고 까지 했다. 국학진흥원은 2011년부터 운영하는 스토리테마파크(http://story.ugyo.net)에 조선 시대 일기류 244권을 기반으로 창작소재 4270건을 구축해 검색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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