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정복입은 홍 경감의 시위’
[경일시론]‘정복입은 홍 경감의 시위’
  • 경남일보
  • 승인 2018.09.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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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교수)
경찰이라는 사법권 조직에서 경찰정복을 입고 어떤 일에 대한 항의 차원의 시위는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서른 살 나이 홍성환경감이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2015년 4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1주년 범국민대회’ 추모 집회 세월호 시위대에 경찰이 청구했던 8900만 원의 손해배상을 포기한 데 항의하는 1인 시위가 그에 속한다. 홍 경감의 손에는 불에 탄 경찰 버스 사진과 ‘불법과 타협한 경찰청’, ‘폭력 시위에는 열려 있는 경찰 고위층’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려 있었다. 이를 두고 4000건이 넘는 댓글은 ‘경찰이 불법·폭력 시위에 엄정하게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불법에 굴복한다는 것은 경찰 자존심이 아닌 법치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경찰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도를 넘은 불법 폭력 집회에 정당한 법 집행을 했음에도 청장과 지도부가 계속 머리 숙이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책성 주문이다.


되풀이되는 자기 존재·자기부정은 문제

집회와 시위가 폭증하는 현실에 대한 진단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제도화된 절차에 대한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그래서 터져 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행정·법적 절차 외면하고 목소리 높이는 시위만능주의는 일단 주의·주장의 관철에 긍정적이고, 사후 손해배상 청구와 실정법 저촉 실행 부분은 정치권의 눈치보기 관행으로 버텨 낼 수 있다는 심정적 문제가 그것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집회·시위의 증가는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과 피로도를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수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숙한 민주사회에서 집회와 시위는 필요한 하나의 수단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 서구 선진국들이 100여 년의 넘는 역사적 시행착오 끝에 이루어 낸 산업화와 민주화를 불과 50여년 만에 성취해 낸 세계에서 유래 없는 국가라고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국가적 현실에다 조선왕조의 붕괴와 일제의 침탈로 소위 시민의 권리 의무관계에 대한 정착과정인 시민혁명을 결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지금의 정치 경제 사회 현실이 있기까지 억울하게 소외되고 부당하게 대우받았던 개인이나 집단들에 의해 시위가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여지, 다시 말해 우리 사회는 시위의 텃밭을 안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시위문화에 대한 올바른 정착은 차후의 일이고, 정치권 역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적당히 덮고 넘어가는 관행의 반복은 시위문화 정착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홍 경감 1인 시위를 통한 잘못된 지적에 한 마디 해명 없이 어정쩡하게 넘어 갈 개연성이 높다. 민주주의 감응도가 높은 우리 사회에서 국민들은 사건의 이면을 단번에 읽어 내고 있다. 국민을 무서워한다면 수뇌부의 자기반성 제스추어가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신뢰받는 경찰상하고는 거리가 먼 낙인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집회 시위의 자유는 집단적 의사표시의 방법으로 민주주의 실현에 필 수 불가결한 국민의 기본권적 권리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갈등 중재하는 시스템적 논의 있어야

이러한 국민의 기본권적 외연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폭력수단을 사용해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킬려는 수단으로 일부 변질되고 있는 시위는 타인의 법익까지 고려되어야 한다는 국민 일반의 의식 변화가 있어야한다. 그리고 사회적 갈등이 거리의 정치로 돌변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사회적 갈등과 이익의 충돌을 중재하는 다양한 시스템적 논의 역시 있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법집행에 대한 일관성, 다시 말해 시위에 대한 대원칙인 합법 보장과 불법 필벌은 시대가 변화하고 집회 시위 양상이 바뀌더라도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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