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지도자의 용기
[의정칼럼] 지도자의 용기
  • 경남일보
  • 승인 2018.09.2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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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국(경남도의회 건설소방위원장)
‘46664’ 런던에서 열린 에이즈 퇴치기금을 위한 콘서트의 이름이다.

이것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가 27년간 복역한 죄수번호이다. 변호사인 그가 무장투쟁으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로벤 섬에 수감되면서 받은 번호가 466/64이다. 1964년에 수감된 466번째 죄수라는 뜻이다. 이 죄수번호가 이제는 자유와 용기의 상징이 되었다. 만델라가 용기 있는 지도자라는 것은 그가 흑인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이 되고 난 뒤의 행보 때문이다. 백인들은 그동안의 핍박과 박해에 대한 보복을 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빠졌지만 만델라와 아프리카 민족회의는 달랐다. 흑인 반대론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며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만들어 과거의 인권침해와 인권범죄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용서한다. 하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며 그들을 용서하고 사면했다.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나 정책결정권자들이 범하는 과오 중 하나가 유연성을 결여한 채 과거에 얽매여 자기의 고집과 아집만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우둔함이다. 수많은 핍박을 받은 만델라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용서할 줄 아는 큰 용기에 인류는 박수를 보낸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용기 있는 지도자들이 많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중 한 분이다. ‘나라 팔아먹는다’는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국내 산업구조의 건전함과 조정, 행정혁신, 국가와 시장 간의 권력배분 등을 감안해서 대통령이 되기 전 반대했든 한미 FTA를 전격 추진하였다. 또한 후보시절 반대 입장인 이라크 파병 문제도 인권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익의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후퇴할 수 있는 것도 지혜요 용기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막히면 돌아가는 것이 더 빠른 길일 수도 있다.

최근 소득주도 성장론을 기조로 한 탈원전 정책, 급격한 최저임금제의 실시, 52시간 근로제 등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어 시행하고 있는 일련의 경제 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걱정과 이의가 더 커지고 있는데, 이것도 과거에 얽매여 자기의 고집과 아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제정책 결정권자들의 정책운용의 미숙에서 나온 것이 아닌 가 심히 걱정된다.

무리한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전력공사는 2017년 4분기부터 적자로 전환, 지금까지 2조 5000억의 손실을 보고 있고 한국수력원자력은 2018년 상반기만 5500억 원의 손실로 두 공기업이 1년 만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고 한다.

8월 고용 주요지표를 보면 1998년 IMF위기 이후로 최다 8개월 연속 상승하여 실업자가 113만 3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청년실업률도 10%대로 19년만에 최고라고 한다. 54조의 일자리창출 예산은 온데간데없이 거품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가히 고용참사가 아니라 고용재난이라고 할 만하다. 최저 임금제의 역습과 52시간 근로제의 부작용에 관해서는 따로 한 페이지를 할애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국가 경제는 몇몇 책상물림 경제학 교수들의 실험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경제는 기업가들에게는 내일의 부도를 걱정하며 살아야하고 돌아오는 한 달의 인건비 마련을 위해 노심초사해야하며 근로자들에게는 퇴근하여 돌아가는 집에 초롱한 눈빛으로 아빠를 기다리는 자식들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며 또 하나의 전장터이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과물탄개(過勿憚改, 잘못했거든 고치기를 주저하지 말고 허물을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 라는 옛 말씀이 귓가를 맴도는 것은 왜 일까?
 
강민국(경남도의회 건설소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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