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나들이(7)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나들이(7)
  • 경남일보
  • 승인 2018.09.2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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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아람, 보늬, 밤톨, 밤볼
지난 24일 한날(월요일)은 우리 겨레 큰 기림날(명절) 가운데 하나인 ‘한가위’였습니다. 보름달처럼 밝고 넉넉한 한가위를 잘 쇠셨을 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추석’이란 말을 많이 써서 저로서는 많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추석’이라는 말보다는 신라 때부터 오랫동안 써 왔으며 그 말밑도 똑똑하게 알 수 있는 토박이말 ‘한가위’를 쓰는 분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덧붙여 ‘한가위’ 때 주고받는 인사말도 좀 깊이 생각하고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풍성한(풍요로운) 추석 명절 되세요.”라고 쓴 펼침막을 여러 곳에서 보았습니다. ‘추석’한테 하는 말인지 사람한테 하는 말인지 모를 아리송한 말일 뿐만 아니라 마치 시키는 듯한 말이라 마뜩잖다는 분도 많습니다. 우리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을 하는데 이 말에 이미 ‘한가위’는 참 좋은 때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가위다운 한가위 보내시길 비손합니다.” 또는 “넉넉함이 있는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라든지 그냥 “한가위 즐겁게 쇠기기 바랍니다.” 라고 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한가위’라는 것이 알맹이를 따지자면 온가을달로 접어들면서 꽃등 거두어들인 맏물이자 햇먹거리를 차려 놓고 먼저 살다 가신 분께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절을 올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 한가위 무렵 가장 많이 보는 게 밤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서 밤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몇 가지를 더 알려드립니다. 밤은 여느 열매와 달리 잘 익었다는 것을 겉으로 똑똑하게 보여 줍니다. 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아주 잘 익어 저절로 떨어질 만큼 된 것이나 그런 열매를 ‘아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흔들지도 않았는데 밤나무 아래에 가면 밤송이 채 떨어진 것도 있고 ‘알밤’도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람’과 ‘알밤’이 비슷한 말이라고 말모이 사전에서 풀이를 하고 있는데 말밑을 따져 보면 ‘알밤’이 ‘아람’이 됐다고 풀이하는 분도 있답니다. 그리고 ‘밤송이’는 ‘밤알을 싸고 있는 두꺼운 겉껍데기’를 가리키는 말로 ‘꽃송이’와 짜임이 같은 예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밤을 먹으려면 밤송이에서 알밤을 꺼내서 다시 단단한 겉껍질을 벗겨야 합니다. 그러면 그 속에 또 다른 얇은 껍질이 나오지요. 이처럼 ‘밤이나 도토리 따위의 속껍질’을 ‘보늬’라고 합니다. 맛있는 밤의 알맹이를 감싸고 있는 보늬는 그 맛이 아주 떫답니다. 떫은맛으로 여린 알맹이를 지키려고 하는 보늬의 마음이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 마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또이름(별명 또는 호)으로 ‘보늬’를 쓴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 해 새로 나온 밤’을 ‘햇밤’이라고 한다는 것은 다들 잘 아실 것입니다. 그리고 낱낱의 밤알을 ‘밤톨’이라고 합니다. 머리를 짧게 깎은 사람을 보고 ‘밤톨 같이 시원하게 깎았다’고 하기도 하고 야무진 사람을 보고 ‘밤톨 같이 야물고 단단하다’라고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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