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정신질환학생 수급 대책마련의 필요성
[교단에서] 정신질환학생 수급 대책마련의 필요성
  • 경남일보
  • 승인 2018.10.0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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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배영초등학교 교사, 시인)
오늘도 아이는 등교직후부터 짜증을 부리고 고함을 질러댄다. 이번엔 엄마가 싫고 짜증난다는 이유였다. 20여명의 반 아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욕설을 하고 드러눕고 난동을 부린다. 반응을 하면 한다고 난리고 안하면 무시한다고 난리치는 아이라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 이력이 난 아이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숨소리마저 죽이고 있다. 거의 모든 게 남 탓으로 일관하고 교사고 교장이고 반말에다가 욕설과 패드립을 내뱉으며 뒤집어지는 이 무법자 아이로 인해 학교는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쩔쩔맨다.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교실의 풍경이 시도 때도 없이 재현된다.

이 아이는 어릴 때 폭력적 가정환경 속에서 분노조절장애가 된 아이이다. 정신병원의 약물치료와 각종상담센터의 상담요법을 병행하며 담임과 학교는 각고의 노력을 해 와서 1학기 후반부엔 조금 나아진 듯 했다. 그러나 2학기에 들어 사춘기에 접어든 것인지 아이는 거의 매일 난동을 부리며 ‘내 인생은 실패작이다’,‘이번 생은 마감하고 말 거다.’라며 4층에서 뛰어내리려 하는 등 이젠 자살소동까지 벌인다...

‘특수교육대상 제외의 정신질환학생 전문 병원학교 개설 사실상 차단되었다‘는 올해 초 중부일보 인터넷 기사내용이 생각난다.

‘정신건강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학교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경기도교육청이 교육부 관련 지침에 발이 묶여 실질적인 정신건강 병원학교 설립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교육부의 ‘특수교육 운영계획’의 해당 지침에서는 병원학교 대상자를 시각·청각·지체장애 등 만성질환 및 장애 학생으로만 규정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겪는 조현병과 우울증 등 정신질환은 특수교육대상자 범주에 포함돼 있지 않은 실정이어서 관계 도교육청은 정신건강 병원학교 개설 필요성에 공감은 하면서도, 교육부 지침에 정신건강 치료 대상자들이 포함돼 있지 않아 관련 병원학교 개설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병원학교’란 장기입원이나 통원치료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인데 병원 내에 설치된 파견학급 형태의 학교로 전국 서른 두 곳의 병원에서 운영되어 신체 및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교육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 교육부가 관리하는 ‘정신질환학생 전문 병원학교’는 전국에 세 곳이 있는데 학부모의 인식부재와 교육비 제외, 치료비 개인부담 등으로 입교 희망하는 학생 수가 적다고 한다.

현 사회의 학교엔 위와 같이 일반학생들과 함께 교육활동을 하기엔 위험할 지경인 정신질환 중증 아동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아이들은 특수교육대상자가 아니어서 특수학급에도 갈 수가 없다. 특수교육대상자 범주 조정, 정신질환 전문 병원학교의 확대 및 재정지원과 홍보, 인식개선 등 정신질환 아이의 수급 대책마련이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교는 정신병원이 아니고 탁아소도 아니다. 교사들도 정신질환 전문의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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