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종자전쟁에 대비한 재장전
[농업이야기]종자전쟁에 대비한 재장전
  • 경남일보
  • 승인 2018.10.0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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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근(경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채소담당 농학박사)
안철근

종자전쟁은 신품종의 종자개발과 공급을 둘러싸고 국가나 기업 간의 정치적, 경제적 대립이 격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에 가입한 우리나라도 협약에 따라 신품종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보호되면서 세계적인 종자전쟁에 돌입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세계종자협회의 보고에 의하면 세계 상업용 종자시장 규모는 450억 달러이며, 이 중에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1%(4억 달러) 이하로 아주 작은 시장에 해당된다. 세계 주요국 종자산업의 규모는 미국과 중국이 그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자체적으로 자국 내 종자 기업을 통폐합하고, 막대한 투자를 통해 종자개발 기술을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미국과 이를 막고 세계 종자 패권을 차지하려는 미중 간 씨앗전쟁은 스위스 종자업체인 신젠타를 중국 국유기업인 켐차이나가 430억 달러(약 51조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본격화되었고, 이에 미국은 정부가 직접 나서 태클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두 회사의 이사회가 합병을 승인했고, 주주총회 승인과정만 남겨놓고 있는 상태다. 이제껏 세계종자시장을 지배해 오던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행보에 적잖이 놀래는 분위기다.

세계 강국들이 종자를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참담하기만 하다. “굶어 죽어도 종자꾸러미는 베고 죽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종자는 소중한 존재였다. 그러나 우리는 매년 종자를 수입하기 위해 200억 원의 로열티를 외국에 지불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청양고추는 몬산토라는 기업의 소유로 매년 중국 산동성에서 채종하여 우리나라로 들여오고 있다. 파프리카와 토마토, 장미 등 금보다 비싼 것으로 알려진 고부가가치 작물의 종자는 물론, 양파와 사과, 배와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채소와 과일 종자도 상당수가 외국산이다. 종자주권을 잃는다는 것은 식량안보에 구멍이 뚫리는 것이고, 식량안보는 국가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농민들에게만 닥친 문제는 아니다.

씨 없는 수박을 발명한 우장춘 박사로부터 이어져 온 한국 육종기술과 기반은 외환위기 이후 큰 위기를 맞았고, 국내 육종가를 모두 합쳐도 몬산토 기업 하나보다 적은 것이 지금의 우리나라 현실이다. 다행히 우리정부도 아사직전에 있던 국내 종자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3년부터 골든씨드프로젝드(GSP)를 출범시켰고, 5년이 지난 지금 서서히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사업이 완료되는 2021년에는 외국으로 로열티를 포함한 2억 원의 종자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GSP사업이 일시적인 조치가 아닌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투자로 이어져 아직도 이 땅에서 현재진행형인 종자전쟁의 주도권을 지킬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안철근(경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채소담당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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