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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79>해운대 야경
경남일보  |  k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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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2  03: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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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야경 투어,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렌다. 그것도 유람선을 타고 떠나는 야경 투어, 때마침 칠월 백중절 보름밤이라 달빛을 배 가득 싣고 해운대 마린시티의 불빛을 보며 별들이 가라앉은 바다를 유람한다고 생각하니 힐링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부터 필자의 마음은 들떠 있었다. 오후 1시에 진주를 출발할 때는 태풍이 지나간 뒤라 그런지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제법 내렸다. 해운대 야경투어에 대한 기대감이 비에 젖어 걱정으로 바뀌었을 법도 한데, 버스에 탑승한 국민체력센터(원장 이준기) 명품 걷기 클럽 <건강 하나 행복 둘> 회원들의 얼굴은 오히려 화사하게 피어났다. 자갈치시장에서 곰장어 구이로 이른 저녁을 먹고 해운대 선착장으로 갔다.
   
▲ 달빛 실은 크루즈호의 호화로운 불빛.
   
▲ 유람선 선상에서 펼쳐진 콘서트.


저녁 7시에 해운대-마린시티-광안대교를 순환하는 유람선이 출발했다. 유람선 3층은 하늘과 닿아 있었는데, 새로운 경험을 축하라도 해 주려는 듯 동백섬 위로 보름달이 둥실 떠올라 있었다. 점점 더 어두워져 낮의 민낯이 자취를 감추고 어둠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지배하자 높고 낮은 건물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어둠을 향해 불빛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배가 선착장에서 한참 벗어나자 마치 쥐불놀이를 하는 것처럼 둥근 불을 켜든 누리마루가 동백섬을 환히 밝히고 있는 모습과 하늘을 찌르는 마린시티의 초고층 건물에서 내뿜는 불빛들은 찬란함 그 자체였다. 저토록 빛나는 불빛도 어둠을 배경으로 삼았을 때 비로소 제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듯했다. 시선을 바다 쪽으로 돌리자, 7,420m나 되는 광안대교가 황홀한 자태로 탐방객들을 맞아주고 있었다. 길이도 놀랍지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복층의 광안대교 불빛이 연출하는 비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리 밑을 지나서 광안리해수욕장 쪽에서 잠깐 머물며 포토타임을 준 뒤 배는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왔다. 눈이 호강을 하고 있는 사이에 선상에서는 라이브 콘서트를 하고 있었다. 박수와 춤으로써 승객들은 귀의 호강에 답을 했다. 1시간 20분 동안의 유람선 야경투어는 정말 색다른 체험이었다.

 

   
▲ 유람선에서 바라본 동백섬과 머린시티.




동백섬과 최치원 선생

동백섬 밤산책을 하기 위해 섬 입구에 들어서자 페트병 인어아가씨인 ‘코딜리아 페트’가 탐방객들을 맞아주었다. 하와이 북쪽에 있는 큰 섬나라인 플라스틱 아일랜드는 전세계인들이 폐기한 플라스틱 무더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반도 크기의 7배나 된다고 한다. 특히 한국의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코딜리아 패트의 조국인 플라스틱 아일랜드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페트병과 병뚜껑으로 만든 이 조형물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아서 만든 것이다. 조형물을 세운 뜻을 알고 바라보니 달빛 아래 병뚜껑 옷을 예쁘게 차려입은 인어아가씨가 몹시 슬퍼 보였다. 코딜리아 패트 앞에는 초승달 모양에다 별문양을 넣은 조형물이 조화롭게 서 있었다. 우리가 생태계를 잘 보존했을 때, 미래의 인간에게 다가올 이상세계를 형상화시켜 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동백섬 입구에 있는 코딜리아 페트.
   
▲ 동백 열매와 잎을 본떠 만든 동백섬 가로등.

동백섬 산책로를 밝히는 가로등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이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여러 가닥으로 뻗은 가로등은 동백나무 줄기를 본뜬 것 같고, 밝은 등은 동백 열매를 본떠 만든 것 같았다. 가지 끝에는 동백잎도 몇 달려 있다. 가로등 불빛이 어스름한 곳은 보름달이 대신해 밝혀주는 산책로를 걸어 2005년 APEC 정상들이 모여 회의를 한 누리마루 APEC 하우스를 지나 전망대에 닿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광안대교, 바다 위에 떠있는 크루즈와 하늘에 뜬 보름달, 정말 환상적이다. 때마침 크루즈에서 탐방객들을 반기는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다.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 동백섬에서 바라본 광안대교.


동백섬 끝 바닷가에는 신라말 최치원 선생이 자신의 자(字)를 따서 해운대(海雲臺)라고 새겨놓은 암반이 있다. 진성여왕에게 난세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인 시무 10조를 올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정계를 떠나 전국을 유람했다고 한다. 속세를 등지기 위해 가야산 해인사로 들어가던 길에 이곳에 이르러 절경에 감탄하여 해운대라고 새긴 데서 해운대의 이름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최치원 선생의 동상과 시비, 해운정이 있는 동백섬 정상을 달빛이 이끄는 대로 산책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대학 시절 여름이면 자주 들렀던 해운대해수욕장, 여름의 끝자락에 찾아온 해수욕장은 이미 제 기능을 잃고 하나의 풍경이 되어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뒤쪽에는 고층빌딩들이 호위를 해 주고, 앞에는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으며,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 있는 해운대해수욕장, 한동안 밤 풍경과 낭만에 취해 보기도 했다. 발걸음마다 사각대는 모래알 소리, 물 위에 비친 불빛과 함께 어울려 일렁이는 보름달, 이 모두가 해운대를 한국의 8경으로 꼽히게 한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해운대해수욕장의 밤 풍경




푸른 물결 춤을 추고 물새 날아드는/

해운대의 밤은 또 그렇게 지나가는데/


솔밭길을 걷던 우리들의 사랑얘기가/

파도에 밀려 사라지네/

하얀 모래밭에 사랑해란 글씨를 쓰며/

영원히 날 사랑한다 맹세하던 그대

-정철의 ‘해운대 연가’-



젊은 날의 추억에 잠깐 젖어 본다. 새롭게 만나는 세상도 우리를 설레게 하지만 옛 추억 또한 우리들에게 아련한 그리움을 건네준다. 여름의 끝자락 보름달빛 아래 체험한 해운대 야경투어, 새로운 세상 너머로 그리운 시절도 함께 떠올려 본 밤이다. 은은한 달빛과 화려한 불빛이 필자를 환상의 세계로 데려가 준 행복한 시간이었다.

/박종현(시인·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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