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명품숲에서 숲속음악회가 열리길 바란다
[경일포럼] 명품숲에서 숲속음악회가 열리길 바란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09.26 15: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시인)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그렇게 지겹게도 오래갔던 무더위도 숨을 죽이는 계절,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있다. 그 뿐인가. 단풍이 들고, 기온도 상쾌한 정도로 쾌적하고 이따금 내리는 비는 공기도 깨끗하게 해 주니 참 좋은 시기다. 그래서 더욱 산으로 숲으로 가고 싶어진다. 고요한 숲에서 자아성찰도 하고 건강도 챙기고 무료한 시간도 잘 보내고 아름다운 풍광도 맛보고 도시에서의 지친 삶을 회복시켜주고 싶다. 이러한 기능을 우리는 ‘숲의 삶의 질 향상 효과’라고 부른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숲의 효과는 다른데 있다. 즉, 숲이나 나무와 가깝게 지낸 학생은 분별력과 판단력, 창의력이 더 뛰어나고 더 적극적이고 활동적이 된다. 식물이 있는 방에 있을 때 왼쪽 뇌의 활동력이 높아지고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알파파가 증가한다. 그 뿐인가. 숲에 들어 녹색을 볼 때 심리적 안정이 되는 ‘녹색효과’에 숲이 내뿜는 산소와 맑은 향, 풍경이 두뇌의 인지능력을 자극해 머리가 좋아진다. 물리학의 역사를 바꾼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 건축의 성인으로 불리는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르네상스의 3대 거장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음악의 성자 루트비히 판 베토벤 등 수많은 천재들은 숲을 즐겨 찾았다. 그들이 천재가 된 것도 숲이 주는 효과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미국에서 출판되는 국립과학원회보를 보면 ‘숲이 가깝거나 나무가 많이 심어진 학교에 다니는 학생일수록 인지능력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볼 수 있다. 숲 자체가 인간의 지적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 뿐인가. 숲에서 들리는 자연의 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고, 이러한 마음의 정화는 인간성을 좋게 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10월이 문화의 달이라면 우리는 문화를 즐기는 것을 숲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문화와 함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것이 숲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숲에서 음악회를 여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름다운 숲(명품숲) 또는 휴양림에서 숲속 음악회를 하는 것이다. 늦어지는 가을이라면 모기도 줄어들 터, 숲에서 상쾌한 기운을 만끽하며 음악회를 한다면 감동은 배가될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한 아이들은 더욱더 감정의 순화가 빨라지고 창의적인 생각들도 늘어날 것이다. 물론 성인들의 기분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숲속 음악회는 어디가 좋을까. 도시에 가까운, 아니 도시 속에 있는 학교 숲이 좋을 것이다. 그것도 산림청과 유한킴벌리가 주최한 명품 숲을 지니고 있는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이라면 금상첨화다. 아름드리나무들이 배경을 만들어 주고, 무대는 그 나무들이 내려다보는 자리에 시민들이나 학생들 누구라도 마음껏 찾아올 수 있는 가까운 거리라면 걸어서라도 사람들은 많이 찾을 것이다. 거기에서 은은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흐른다면 문화가 흐르는 대학, 문화가 살아있는 도시로서의 위상을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숲속 음악회는 꼭 멀리 있는 숲에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도시 숲이 잘 가꿔져 있고, 아름다운 명품 숲이 있다면 그 곳이 무대로서는 최고의 무대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숲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그보다 더한 치유효과는 없을 것이다. 우리 대학의 명품 숲에는 봄이면 왕벚나무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다. 이 장소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라도 문화가 향유되는 숲속 음악회를 연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숲속 음악회는 크지 않아도 좋다. 작은 음악회라도 그 감동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문화를 아는 사람들은 그것이 작고 크고를 떠나 진실성과 감동에 무게를 둔다. 문화가 살아있는 도시, 그 장소 그리고 문화를 살리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집단과 사람들은 발전할 소지가 매우 많다. 그 한 예가 숲속 음악회다. 그걸 이룰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숲을 가지고 있는 곳에서 그러한 일들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명품 숲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 ‘숲과 문화’를 가꾸고 살리는 일은 작게는 도시민들, 크게는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일이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