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양심 어린 사과'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양심 어린 사과'
  • 김상홍
  • 승인 2018.10.0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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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원폭피해자 위령각 참배…피해자 만나 위로 전해
▲ 사진설명 3일 오전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원폭 피해할머니를 만나 손을 잡으며 위로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합천군


“식민지와 미국 원폭 투하에 의한 이중 피해자인 여러분들께 사과 말씀을 드리려고 한다”

일본 정계의 대표적인 지한파로 알려진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가 3일 합천을 찾아 원폭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 있는 위령각을 참배한 뒤 피해자 30여명을 직접 만났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안녕하세요. 하토야마 유키오라고 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했다. 이어 “일본 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일본 정부가 제대로 배상이나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부분에 대해 상당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2·3세 분들도 피해를 많이 봤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여러분들 고민을 들으며 여러분이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의자에 앉아 있는 고령의 피해자들의 손을 잡고 무릎을 꿇은 채 일일이 위로를 전했다.

그는 복지회관 방명록에는 “우애의 마음으로 원폭 피해자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남겼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합천 원폭 자료관과 원폭 2세 환우 쉼터인 합천 평화의집도 찾았다.

그는 합천 평화의집에서 “일본에서 피폭자 후손 문제에 대해 질의했지만 법 정비가 안돼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현직에 있지 않아 제약이 있지만 가능한대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총리 재임 시절 한국 원폭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구상이 있었지만 재임 기간이 짧아 실현되지 못했다”고 유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퇴임 이후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를 인정·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5년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사죄하기도 했으며 현재도 동북아 평화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재임기간(2009년 9월~2010년 6월)은 물론이고 퇴임 후에도 일제의 식민지 지배행위에 대해 사과한 일본 정계의 대표적인 ‘지한파’다.

현직은 아니지만 총리를 지낸 일본 고위 인사가 국내 원폭 피해자 위령각을 참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일에는 부산 유엔평화공원에 이어 일본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은 이수현씨 묘역을 참배했다.

이날 하토야마 전 총리는 부산대에서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아시아의 평화와 동아시아의 공동체 구축’을 주제로 특별강연했다.

강연장에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인 이용수 할머니가 찾았다.

이 할머니는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하토야마 전 총리의) 모습을 보고 이런 분이 어디 있나 싶었다. 일본 사람 중에 정말 으뜸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도 했고, 저도 편지도 써 보내기도 했다”라고 과거 인연을 소개했다.

김상홍기자



 
3일 오전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내 위령각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참배하고 있다./사진제공 = 합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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