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원폭피해자 위령각 참배…피해자 만나 위로 전해
“식민지와 미국 원폭 투하에 의한 이중 피해자인 여러분들께 사과 말씀을 드리려고 한다”
일본 정계의 대표적인 지한파로 알려진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가 3일 합천을 찾아 원폭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 있는 위령각을 참배한 뒤 피해자 30여명을 직접 만났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안녕하세요. 하토야마 유키오라고 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했다. 이어 “일본 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일본 정부가 제대로 배상이나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부분에 대해 상당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2·3세 분들도 피해를 많이 봤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여러분들 고민을 들으며 여러분이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의자에 앉아 있는 고령의 피해자들의 손을 잡고 무릎을 꿇은 채 일일이 위로를 전했다.
그는 복지회관 방명록에는 “우애의 마음으로 원폭 피해자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남겼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합천 원폭 자료관과 원폭 2세 환우 쉼터인 합천 평화의집도 찾았다.
그는 합천 평화의집에서 “일본에서 피폭자 후손 문제에 대해 질의했지만 법 정비가 안돼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현직에 있지 않아 제약이 있지만 가능한대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총리 재임 시절 한국 원폭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구상이 있었지만 재임 기간이 짧아 실현되지 못했다”고 유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퇴임 이후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를 인정·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재임기간(2009년 9월~2010년 6월)은 물론이고 퇴임 후에도 일제의 식민지 지배행위에 대해 사과한 일본 정계의 대표적인 ‘지한파’다.
현직은 아니지만 총리를 지낸 일본 고위 인사가 국내 원폭 피해자 위령각을 참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일에는 부산 유엔평화공원에 이어 일본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은 이수현씨 묘역을 참배했다.
이날 하토야마 전 총리는 부산대에서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아시아의 평화와 동아시아의 공동체 구축’을 주제로 특별강연했다.
강연장에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인 이용수 할머니가 찾았다.
이 할머니는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하토야마 전 총리의) 모습을 보고 이런 분이 어디 있나 싶었다. 일본 사람 중에 정말 으뜸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도 했고, 저도 편지도 써 보내기도 했다”라고 과거 인연을 소개했다.
김상홍기자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