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일년의 두 번, 이날을 기다릴 사람은 누구일까?
[여성칼럼] 일년의 두 번, 이날을 기다릴 사람은 누구일까?
  • 경남일보
  • 승인 2018.10.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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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진주시여성회 대표)
명절이 지난 지 일주일이나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는 아직도 명절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두고 두고 시가나 친가에서 했던 불편했던 대화가 남아서 힘들다는 사람, 차례음식 만들고 치우느라 뻐근해서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간다는 사람, 음식장만에, 설거지에 명절내내 부엌에만 있다보니 정말 내가 조선시대에 있다온 것 같다는 사람 . 참 할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명절이다. 나 역시 명절이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친지를 만나고 음식도 나눠먹고 휴일이라 일상이 여유로웠다는 행복하고 즐거웠던 명절담은 다 어디로 갔을까?

게다가 명절연휴기간동안 이혼건수도 3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지난 달 부산의 한 국회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 2월까지 최근 3년간 설과 추석 명절 연휴 기간에 112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전국적으로 3만 3549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1016건으로 평소보다 47%가 늘어났다. 경남은 연휴기간 동안 1722건의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됐다. 하루 평균 52건 꼴이다. 이는 평일 40건과 비교해 30%정도 증가한 수치다.(경남일보 9월20일자 기사재인용)

물론 가정폭력의 문제가 명절의 문제만은 아니다. 명절은 단지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가부장적이고 불평등했던 사회문화가 인해 수면으로 드러나는 시기일 뿐이다. 요즘의 추세는 남녀의 구별없이 가정일은 함께 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가치판단이 인정받고 있다. 가사노동에서 남녀의 역할 구분이 양성평등에 어긋나는 판단 쯤은 상식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적 영역에서 가사노동 등을 함께 했던 가족이라도 명절연휴기간동안 남성은 부엌일은 해서는 안되며 집안 대소사의 결정권은 남성만이 가능하다는 가부장적인 문화와 만나면 다툼으로 이어지는 것이 다반사다. 또한 전통방식의 지나친 장자중심의 제사문화는 여성과 남성의 문제를 넘어 계층간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매년 이런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하지 못해서이다.

점점 1인가구는 늘어나고 전통방식으로 제사를 지내고자 하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다. 조상에 대한 보은의 마음을 담은 정신은 계승하되 다양한 방식의 명절보내기를 인정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이 시기 해외여행가는 사람도 많아지고 혼자서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차례상도 함께 준비하고 함께 차리고 함께 나누는 명절문화도 적극 실천해야 한다.

같은 시대 다르게 문화를 살아가는 것에 대한 적극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혼은 언제하니? 둘째는 언제 낳니? 취직은 언제 할거냐? 보다 가족간에 우애와 정을 느낄 수 있는 대화로 명절분위기를 바꾸고 함께 노동하고 쉬는 배려가 필요하다 .이는 명절뿐만 아니라 어떤 장소, 어떤 사안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세대간 계층간의 불필요한 논쟁을 없앨 수 있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이 시기 고정관념과 틀은 맞지 않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일상이 개인화되고 개인의 사생활이 중요해진 사회가 되었다. 더 이상 표준화된 사회에 맞춰 질문하고 답하는 것이 불편하다.관심의 표현이 상대방의 간섭으로 느껴진다면 불편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오랜만에 만나 함께 차례지내고 함께 음식을 나눠먹으며 성묘하는 아름다운 명절을 꿈꾸시는가? 하지만 당신이 먼저 배려와 존중이라는 카드를 내 놓지 않는 다면 매번 반복되는 일년의 두 번, 이날을 기다릴 사람은 누구일까??
 
박혜정 (진주시여성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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