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과거 정권의 잘못을 답습하지 말라
[경일시론]과거 정권의 잘못을 답습하지 말라
  • 경남일보
  • 승인 2018.10.0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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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세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는 평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방문단이 북한으로 가고 비무장지대 일부에선 공동 지뢰제거작업이 시작됐다. 군사훈련은 사라졌고 곧 남북간 철도도 연결될 예정이다. 경제인들은 북한투자와 경협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대북제재만 풀리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만반의 준비가 갖추어 지고 있다. 문대통령의 방북과 잇단 미국방문으로 한동안 식었던 북미관계가 다시 해빙무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단숨에 해결될 것 같았던 북핵문제는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고 장기전에 들어간 형국이다.

우리가 북핵에 매달려 있는 사이 미국은 한미FTA를 손보고 보호무역체제를 더욱 강화했다. 국내경제는 점점 수렁으로 빠져든 듯 하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정기국회는 열렸지만 심재철의원을 둘러싼 파동과 후유증으로 남북공동선언의 국회비준과 내년도 예산의 통과는 산넘어 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일 국회대정부 질문에서 발생한 장관과 심의원간의 설전, 장관의 답변은 단순한 헤프닝으로 보아 넘기기엔 씁쓸한 구석이 적지 않다. 노무현대통령이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한 젊은 검사의 청탁여부를 묻는 데 대해 대통령이 내뱉은 “이 쯤되면 막가자는 것이지요”라는 말이 오브랩되면서 암울한 정국의 내일을 예감하게 된다. 결코 가볍게 넘길 장면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관은 심의원이 지적한 업무추진비 집행의 부당성지적에 심의원도 심야에 지출하지 않았느냐. 자료를 갖고 있다고 답변했다. 쉽게 생각하면 너도 그랬으니 문제가 없다는 뜻이고 나쁘게 생각하면 여차하면 우리도 폭로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암시이다. 이 쯤되면 막가자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 것이다. 기재부장관의 논리라면 국회에서 마음놓고 발언하고 정부를 견제할 의원이 과연 몇이나 될까. 면책특권이야말로 이런 위협을 무릎쓰고 소신있게 의정활동을 하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는데 행정부가 그 많은 자료로 국회의원들을 들여다 보고 툭하면 우리도 자료가 있다고 내세우면 막가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문제에 매달려 민생과 경제를 곧추세울 동력을 잃은 것같고 국회는 정쟁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에 매몰되어 일희일비하며 정작 챙겨야 할 것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자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것이다. 국회도 심의원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의 선명성경쟁과 당리당략은 막가는 정치의 극한 외에서 종착역이 없다. 이제는 모두가 한 발짝식 물러서 냉정을 찾을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과열된 장밋빛 꿈도 숨고르기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경제문제를 깊숙히 들여다 보고 고민해야 한다. 경제성장율은 하향조정이 불가피하고 고용은 미동을 않는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후폭풍도 걱정되고 석유류값의 인상도 악재다. 경기선행지표도 어둡고 출생율은 마침내 1명이하로 떨어져 세계최하위다.

우리가 그토록 신념으로 삼고 또 신화를 이뤘던 “하면 된다”는 금과옥조도 이제는 “해도 안된다”는 시대로 접어들 수도 있다. 이미 접어들었는지도 모른다. 집권여당은 자신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당시의 집권당이 너무 못해서 어부지리를 얻은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고 야당은 절처한 자기혁신과 건전한 대안정당으로 거듭나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이 격동의 시대를 지혜롭게 풀어나가 안으로는 국민들이 편안하고 밖으로는 통일의 시대를 열어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우선 당신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초등학생 수준의 답변이 국회에서 사라져야 한다. 유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는 과거 정권의 잘못을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의 여당이 가장 많이 비난하고 지적했던 사인들이기 때문이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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