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비가 내리는 날이면
[월요단상]비가 내리는 날이면
  • 경남일보
  • 승인 2018.09.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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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비가 내린다. 비가 하염없이 내릴 때면 우리의 가슴속에 스미어 들어오는 건 아득한 옛날의 추억 속에 그리움이 젖어들고, 잊어버리고 살았던 슬픔과 괴로움이 밀려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빗물은 눈물 같아서 사람들은 그 비로부터 눈물을 유추(類推)해 내고, 또 그 비를 맞으며 눈물을 유추해낼 때 잊어 버렸던 모든 그리움과 괴로움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주의 만물을 만들 때 신이 마련해 준 가장 필요한 대자연의 양식은 바로 비가 아닐까 한다. 비가 내려야만 대지의 초목들은 자랄 수 있다. 물론 그 자연 자체를 인간 자신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러나 우리는 그 자연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읽어 내려가기도 한다. 거울을 들여다보고 자기 얼굴을 진단하고 운명을 따지는 것 이상으로 자연을 바라보고 그곳에 투영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자연의 모습은 그대로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바로 슬픔의 상징일 수 있기 때문에 문학을 좋아하고 시를 쓰는 이라면 이것을 가리켜 시적진실(詩的眞實)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리라. 아니 진실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마음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감정을 공감한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잊었던 슬픔을 다시 끄집어내어 그리움의 비율을 높게 하면서 시를 쓸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비라고 볼 수 있는, 그래서 그 비를 과연 우리가 짓궂다고만 생각할 수 있겠는가.

비처럼 고마운 것이 어디 있으랴. 대지의 양식과 또 우리의 정신적인 양식으로써 지난날의 슬픔을 상기시키고, 자신의 내면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순간을 만들어 줄 때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진실해 질 수 있다. 그래서 슬픔을 기억하고 잊었던 과거를 되새기게 하는 것이 바로 그 비일지도 모른다. 즉 비는 인간의 감정을 순수하게 해주는 가장 맑은 것이기도 하다. 가장 맑고 순수성을 의미하는 것처럼 슬픔도 괴로움도 외로움도 느끼도록 하기 때문에 비처럼 고마운 것이 또 어디 있으랴.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슬픔과 외로움을 느끼며 진실한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한다면 참으로 젊은이들에게는 실용적인 가치가 된다. 그토록 진실하고 외로운 순간은 누구나 같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순간 사랑을 고백 한다면 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외로워하고 가장 진실하게 자기 내면을 들려다 보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비오는 날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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