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고등교육에 필요한 것은 법적ㆍ제도적 장치
[아침논단]고등교육에 필요한 것은 법적ㆍ제도적 장치
  • 경남일보
  • 승인 2018.10.07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전국 모든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하 또는 동결한 지 10년째 접어들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큰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나타나는 대학 내의 피로는 극에 달하고 있다.

요즈음 대학가의 최대 화두는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이다. 대학이 주축이 되어 미래 사회에 대비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그러한 교육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교수진과 실험ㆍ실습에 필요한 재료ㆍ기자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건비도 올라가고 물가도 올라간다. 대학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등록금 재원으로는 절대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다. 겉으로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러한 교육에 필요한 기자재 구입비도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마음만 가지고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가? 나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대학이 주축이 되어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변 환경과 시스템을 바꾸는 혁신이며 여기에는 반드시 재정이 투입되어야 한다.

선진국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여 아주 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늦어지기 전에 고등교육 환경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대응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법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고등교육에 있어서, 현 시점에서 두 가지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대학의 정원 감축을 골자로 하는 구조개혁 평가(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이며 두 번째는 바로 재정지원을 하기 위한 것이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법적 근거를 위해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이 발의한 「대학 구조개혁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안」이 있으며, 재정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서영교 의원 그리고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이 발의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이 있다. 이 두 법안은 현재 발의만 되어 있는 상태로 의원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여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두 법안 모두 고등교육의 발전을 이루기 위한 혁신에 반드시 필요하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포함한 대학구조조정은 이미 두 차례 시행되었으며 앞으로 3차, 4차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다. 대학 구조조정을 위하여 지난 6월에 발표된 기본역량 진단의 결과에 대한 후유증으로 여러 대학에서 총장을 비롯한 보직자들이 줄사퇴하는 등 큰 혼란에 휩싸여 있다. 앞으로 3차, 4차 기본역량 진단이 전개된다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혁신적인 교육은커녕 정말 ‘기본 역량’도 발휘하지 못하는 대학이 얼마나 많이 나타날지 모른다. 다시 고등교육 관련 두 가지 법안을 주목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은 사학 해산 시 설립자에게 재산을 돌려주는 조항에 입장차가 컸다. 교육부는 유휴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하도록 허용하는 조항은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정부 주도 평가에 따라 정원감축과 폐교를 가능케 하는 조항은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각각 추진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결국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결과에 대하여 반발을 사고 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내용은 설립 주체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으나 설립주체가 사립이든 국립이든 모두에게 필요한 법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학교육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차원에서 고등교육 재정규모를 OECD 평균(GDP 1.1%)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지난해 OECD 교육지표에서 국가 부담 공교육비가 GDP 대비 1%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실제 GDP 대비 고등교육 재정규모는 0.84%인 만큼 목표치인 1.1%는 다시 멀어졌다. 이를 만회하고 공약을 달성하려면 현재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위해 나서야 할 것이다. 대학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있도록 법적 뒷받침이 하루속히 마련돼야 한다.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